기분전환

몬스테라와 개운죽

by 숨야

투명한 화병을 사왔다. 싱그러운 초록빛의 식물을 키우고 싶었다. 지금 한 화병에는 ‘개운죽’이 꽂혀있고, 또 다른 화병에는 ‘몬스테라’가 있다. 이 화병들이 놓아두었던 자리는 원래 잡동사니들이 올려져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보이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지금 자리한 화병들이 마음에 들었다. 집에 다른 화분들이 있지만, 더 마음이 가는 반려식물이다. ‘개운죽’은 행운의 식물이라고 한다. 엄마 가게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서 한 줄기를 잘라와 물에 담가 두었다. ‘몬스테라’는 꽃말이 ‘괴기’라고 한다. 왜 이런 꽃말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행운의 식물 옆에 놓아두었으니 잘 자라리라.


몇 개월이 지났을까. 처음에는 매일 살펴봤지만, 나중에는 드문드문 살펴보게 된 식물에 변화가 있었다. 살아있는 생물은 변하기 마련이지만 집에 데려운 식물은 속도가 워낙 느려 눈에 띄기 힘들다고 여겼다. 그런데 확연히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먼저 ‘몬스테라’. 줄기 하나에 떡잎 두 개를 가지고 있던 나무에 또 다른 이파리를 머금고 있는 것이었다. 꽃봉오리처럼 돌돌 말려서 피어날 준비를 하고있는 모습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어느새 이렇게 자랐단 말인가. 돌돌 말려진 이파리는 아주 천천히 피어나고 있었다. 매일 쳐다보아도 변함이 없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자라나는 것은 신비하다.

헌데 그 옆에 있는 ‘개운죽’은 아무리 보아도 자꾸 시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잘라온 줄기 밑에서 도무지 뿌리가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노란 전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째서 시들고 있는 것만 같은지. 깨끗하게 물을 담아주어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같은 곳에 놓아두고 같은 물을 담았는데 하나는 무럭무럭 자라고 하나는 시들시들한 것이 영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필 행운의 나무는 시들하고, 괴기라는 꽃말지닌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는지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 의미를 두면 피곤하니 그저 잘 자라는 나무에는 ‘우와’하며 감탄하고 시들한 나무에는 ‘잘 자라라’하는 응원의 마음을 두면 그만이었다. 어찌되었든 정신 없이 잡동사니를 늘어두었던 곳을 깔끔히 정리하고 싱그러운 나무들을 가져다 놓았으니 만족한다. 아무런 근거 없는 생각이지만 정돈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생기는 기운을 믿고 싶었다. 이 기운은 나를 힘나게 하고 용기를 주고 편안할 수 있는 힘을 주리라고 믿고 있다. 기분전환이 되는 순간들이 오니 말이다.


언젠가 행운이 시들어가는 것만 같고 괴기스러운 것들이 찾아오는 것만 같다면, 그런 순간이 있다면 난 우리집에 들여온 나무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자리하게 된 이유부터 생각할 것이다. 나무들은 정신없던 환경을 정리하고 새롭게 정리된 환경속에서 찾아온 것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 방 창문에 암막 커튼을 설치해 들어오는 빛을 가릴 수 있게 했다. 책상 옆 책꽂이에도 새하얗고 찰랑거리는 흰색 커튼을 달아 이리저리 꽂혀있는 책들을 가렸다. 보기에 말끔해졌다. 화병에 노란 튤립 조화를 담아 책상에 놓았다. 사진액자를 바꾸고,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두었다. 방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나, 둘 바꾼 내 방은 전보다 마음에 들었다. 어지러이 널려있던 물건들을 치우고 단정하게 바꾼 방 안에서는 무엇이든 잘 될 것 같았다. 이 역시 기분전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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