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Jan 06. 2016

천의 얼굴, 송강호

people column

Intro

이 시대 최고의 배우, 천의 얼굴, 완벽한 연기자. 2015년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이 남자를 도대체 뭐라고 평해야 어울릴까. 한국영화의 현재가 되어버린 이 배우, 송강호는 이제 연기를 ‘잘하는’ 수준을 뛰어넘어서 연기가 곧 삶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연극으로 시작하다

1967년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난 송강호가 처음부터 영화를 찍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연극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는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96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하게 된다. 그때는 송강호가 직접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일종의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송강호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중요한 작품이라고 밝혔던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부터는 영화에 제대로 발을 들이게 된다. 

우연히,


스타덤에 오르다

초록 물고기와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 넘버3은 관객들에게 송강호라는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성대모사로 활용되는 ‘헝그리 정신’에 관한 송강호의 사투리 설교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였다. 바로 다음 해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갔고 그의 이미지는 코미디 배우로 굳어지는 듯했다.

넘버3에서,


배우로서 다져지다

하지만 송강호의 연기 모험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98년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액션 대작 쉬리에 출연한 송강호는 배역과 다소 맞지 않는다는 일단의 평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흥행 대박을 터뜨리는데 일조한다. 이후 반칙왕에서 배우로서의 모습을 탄탄하게 다진 송강호는 이어지는 공동경비구역JSA, 복수는 나의 것, YMCA야구단을 거치며 상업 배우로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한다. 하지만 역시 송강호가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게 도와준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명작, 살인의 추억이었다. 이때부터 송강호는 배역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녹여내는 한국형 명배우의 표본이 되기 시작했다고 평해도 과하지 않다. 이후 괴물, 밀양, 놈놈놈 등 대작과 다양성 영화를 가리지 않고 연달아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송강호는 설국열차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가 하면 관상, 변호인 등 그 해를 대표하는 영화라고 해도 손색없는 영화들을 두루 거치며 이제는 명실상부히 대한민국 대표 남배우로서 우뚝 섰다.

쉬리에서,


그만의 길을 만들다

송강호의 필모를 보면 화려하다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가 인기를 얻은 이후 유명 감독들과만 작업하거나 인기에 편승한 비슷한 배역들만 맡았던 것은 아니었다. YMCA야구단, 효자동 이발사, 남극일기에서 그는 감독의 데뷔작에 출연했다. 우아한 세계와 의형제는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었다. 또한 그는 인터뷰에서 스스로 한번 했던 연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쪽이라고 말한다. 넘버3이후 건달 배역이 쏟아져 들어왔고 살인의 추억 이후에는 형사 배역이 물밀 듯 들어왔지만 그런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여느 배우라면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길 일수도 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송강호 만의 연기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살인의 추억에서,


자신을 연기하다

송강호는 스스로 자신은 연기 전에 배역을 공부하거나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꾸 생각할수록 생각에 갇히고 연기자로서 발휘해야 할 창의성이 결여된다고 한다. 뭔가 송강호스럽다. 그렇게 연기를 툭 던진다는 송강호. 어쩌면 그 ‘툭’ 안에 그만의 비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배역을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을, 단지 송강호 안에 있는 그 여러 명의 배역을 연기하는지도 모르겠다.

관상에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다

한동안은 꽤나 다작했던 배우 송강호지만 변호인 이후에는 1년에 한 편 정도에만 출연했다. 최근 개봉한 사도에서는 영조를 연기하며 녹슬지 않은 연기실력을 뽐내기도 했고, 이어서는 인연이 깊은 김지운 감독과 작업한 밀정이 대기 중이다. 송강호는 67년생, 한국 나이로 49세가 된다. 앞으로 관리하기에 따라서는 찍은 영화보다 찍을 영화가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는 나이다. 15년 한 해 동안 수많은 배우들이 성장하며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송강호는 송강호다. 얼마 전 2015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유아인이 송강호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렇다고 아무도 송강호를 걱정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미 송강호가 상이라면 지겨울 만큼 받은 것도 한 이유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송강호의 연기 인생은 이미 수상 유무에 영향을 받을 수준은 뛰어넘었다는 것을.

사도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마스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