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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그리스>의 원제는 Worlds Apart이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은 사랑보다는 원제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처럼 조각난, 그리고 서로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고찰에 가깝다.
이번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감독은 극 중 주연으로도 출연하며 다재다능한 능력을 뽐낸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커플별로 이야기가 엮이는 수준은 깊지 않으나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커플들을 사용하는 방법은 준수했다. 무엇보다 그리스의 암울한 경제 상황과 그 속에서 난민, 외국인 등이 서로를 만나며 겪게 되는 상황의 묘사와 다채로운 시각은 그리스 영화에 대한 일견의 편견이 제거될 만큼 신선하고 날카로웠다. 연출에 있어 독특하거나 새로운 시도는 많지 않았으나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감독의 고민은 충분히 영화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J.K 시몬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신인이거나 필모가 많지 않은 조연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연기를 선보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한국 관객들에게 매우 생소한 배우들이어서 충분한 흡인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특성상 한, 두 명이 극을 끌어야 하는 흐름은 아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한편 극 중 세 번째 커플로 등장하는 J.K 시몬스는 그리스에 정착하여 생활하는 독일인으로, 상대방인 마리아 카보이아니는 영어를 알아는 듣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그리스인으로 묘사되는데, 두 배우 모두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극 중에서도 가장 익살맞고 재미있는 커플을 만들어냈다.
결론적으로 <나의 사랑, 그리스>는 준수한 배우들의 연기와 옴니버스 형식의 적절한 사용을 바탕으로 그리스와 유럽의 현재 상황을 비교적 깊이 있게 묘사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극 중 대부분의 커플들은 상황과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불륜을 저지르고 있고, 그것이 진정한 사랑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은 불편한 부분이다. 또한 무엇보다 이 영화는 영화 원제와 포스터를 찾아봐도 결코 훈훈한 사랑 얘기가 아님에도 한국으로 들어오며 봄 감성에 어울리는 드라마로 바뀐 것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리스의 독특한 국가적 상황과 그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물 간의 갈등과 고뇌가 잘 살아있는 작품을 굳이 가슴 따뜻한 로맨스로 팔고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나의 사랑, 그리스>는 비교적 준수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