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공간과 흐름으로 창조하는 긴장감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블럭이 한가득 담긴 박스에서 어떤 조각을 골라서 어떻게 맞춰야 할지, 그것을 영리하고 적절하게 고민했을 때 가장 멋진 작품이 나온다. 그리고 <라이프>는 어떤 조각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알고 있는 것 같다.


공간에 최적화된 스토리

영화에서 주어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매우 중요하다. 스크린 안에서 규정된 공간과 장소는 극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흐름을 결정하기도 한다. <라이프>는 우주정거장이라는 거대하지만 매우 한정된 공간을 효과적으로 스토리와 엮어낸다. 무엇보다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불가하고 내부에서도 쉽게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은 서사에 자연스럽게 긴장과 공포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괴수와 싸우는 영화의 흐름 속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 변화 또한 상당한 디테일로 묘사된다. 이렇게 잘 버무려진 스릴감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간에 대한 이해도와 스토리의 흐름을 밀착시켜 서로가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도록 만든다.

1.jpg 공간


클라이맥스를 달리는 전개

대부분의 영화들은 기승전결의 흐름을 따라 흘러간다. 그리고 긴장감과 갈등은 주로 전과 결 사이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하지만 <라이프>는 시작부터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는 쉬지 않고 관객들을 조이며 클라이맥스를 달린다. 이런 전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면밀히 계산된 화면 전환과 캐릭터 간의 적절한 호흡, 그리고 유려한 연출이 모두 필요하고, <라이프>는 어느 정도 이 모든 조건들을 충족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지속적인 긴장감을 느끼며 10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4.jpg 전개


낭비하지 않는 인물

<라이프>는 비교적 인물들이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비교되고 있는 영화,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시고니 위버처럼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인물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라이프>가 극의 흐름 속에 인물들을 소비하는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개개인의 인물들에 빠른 시간 안에 캐릭터를 입히고 관객들이 예측 가능한 사망 시점을 조금씩 빗겨 나가는 영화는 영리하게 인물들을 소모하며 영화가 등장인물 때문에 루즈해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또한 제이크 질렌할, 레베카 퍼거슨, 라이언 레이놀즈로 이어지는 주연진의 열연은 관객들의 집중력을 스크린에 묶어주는 좋은 도구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3.jpg 인물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좋은 영화

최근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라이프> 또한 <그래비티>와 <에이리언>의 어디쯤에 있는 영화가 아니냐는 의견들이 적지 않으며 개인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그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모든 영화는 결국 과거의 어떤 영화와 작품들에서 조금씩의 모티브와 감상을 얻어 만든 영화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라이프>에 등장하는 몇 가지 클리셰들을 꼭 삐뚠 자세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소설, 심지어는 영상 원작을 가지고도 그 이상을 담아내지 못하는 최근의 영화들보다 명작들의 장점을 충실히 계승하는 동시에 영화 시나리오로서의 오리지널리티 또한 지닌 <라이프>의 감상이 훨씬 더 신선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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