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 케이스스터디로 감상하는 자본주의의 민낯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단돈 천 원이라도 거저 주겠다고 하면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의심을 해볼 수는 있겠으나 굳이 사양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맥도날드 프랜차이즈의 창립자 레이 크록은 그런 사람 중에 그저 조금 더 독특한 한 명이었던 것 같다.


포인트를 살리는 연출

유독 실화 바탕의 전기영화를 다수 연출해온 존 리 행콕 감독은 자신의 특기를 <파운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적지 않은 숫자의 인물들은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유지하고 인물과 인물이 마주하는 순간들은 확실한 포인트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115분 동안 흘러가는 영화의 흐름은 기민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고 한편으로는 잔잔하게 서사의 모든 순간들을 관람할 가치가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이토록 인물과 서사, 그리고 그것들이 한 대 어우러지는 순간들을 살려내는 연출은 존 리 행콕이었기에 가능한 지점이었던 것 같다.

4.jpg 포인트


레이 크록이 된 남자

<버드맨>과 <스포트라이트>로 2014년과 2015년을 모두 자신의 해로 만들었던 배우, 마이클 키튼은 야망에 가득 찬 자본주의의 대표주자, 레이 크록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한물간 세일즈맨에서 시작해 전 세계의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왕국을 건설한 레이 크록의 불꽃같은 열정과 끊임없는 욕망을 표현해 낸 마이클 키튼은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그만의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버드맨>때처럼 폭발하는 연기나 <스포트라이트>에서 보여준 치밀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는 넉넉하게 레이 크록이었다.

6.jpg 마이클 키튼


누구의 편도 아닌 영화

<파운더>를 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영화가 레이 크록, 또는 맥과 딕 형제 중 누구의 편도 들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전기영화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대부분 각색을 통해 선과 악을 나누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파운더>또한 대부분의 관객들이 보기에는 악랄하고 야망에 가득 찬 레이 크록이 악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영화는 레이 크록을 악으로 단정 짓지 않는다. 그는 열심이다. 정말 열심히 자신의 앞길을 나아간다. 그리고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는 끝없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가장 영리한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나갔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의 열심이 맥과 딕의 꿈을 짓밟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군가의 꿈을 짓밟은 적이 전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한편 당신이 즐기고 있는 맥도날드는 그렇다면 악의 기업인가? 과연 우리 중에 누가 레이 크록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2.jpg 선과 악?


자본주의의 민낯

그토록 디테일하고도 담담히 영화는 레이 크록이라는 역사적으로 특이점에 서있는 인물을 통해 전 세계의 대부분이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누군가의 열심은 누군가의 눈물이 되고, 한 사람의 성공은 다른 누군가의 실패로 돌아가는 사회, 강한 자는 쟁취하고 약한 자는 빼앗기는 그곳은 레이 크록이 나쁜 놈인 사회가 아니라, 우리 또한 레이 크록을 욕하며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 지금 바로 이곳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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