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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y 12. 2017

세일즈맨, 한 남자의 무너진 일상

column review

Intro

<세일즈맨>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아주 설명적이지 않고 아주 개연성 있지도 않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스토리는 놀랍도록 현실적이다.


행간을 만드는 연출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는 잔잔함 속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오프닝을 제외한다면 결코 서두르거나 급해 보이는 순간이 없다. 모든 장면들은 정적이지만 깊이 있게 그 순간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런 연출이 놀라운 부분은 느릿한 속도감으로 넘어가는 장면들, 적막이 흐르는 인물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읽힌다는 부분이다. 지루한 장면이 지루하지 않고, 조용한 장면조차 조용하지 않은, <세일즈맨>이 보여주는 행간의 연출은 아쉬가르 파라디가 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의 주인공이 되었는지를 설명되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연출


일상이 무너진 남자, 샤하브 호세이니

2008년부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늘려온 호세이니는 이번 <세일즈맨>의 에마드역으로 연기 인생의 꽃을 피웠다.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세이니의 연기는 깊이와 자연스러움에서 모두 훌륭한 수준을 선보인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극단에서는 '세일즈맨의 죽음'을 연기하는 배우,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 라나의 남편인 남자 에마드는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온 문제에 부딪히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에마드가 겪는 순간들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모노톤으로 따라가며 그가 선택하는 모든 것들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애쓴다. 호세이니는 극 중 거의 대부분의 장면들을 책임지며 영화 전체의 톤 앤 매너를 만들어낸다. 호세이니는 좋은 연기를 넘어 현실과 영상의 한계를 허물고 관객들의 감정에 강력한 흡인력을 부여한다.

호세이니


훌륭한 조연들과 미술팀의 공헌

<세일즈맨>은 생각보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에마드가 출근하는 학교의 학생들, 이사 간 집의 이웃들, 극단의 동료들까지 에마드와 라나의 주변에는 그들을 도와주는, 때로는 짐이 되는 수많은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명 한 명 각자의 몫을 충실히 수행하며 영화가 다채로운 색감을 가지도록 돕는다. 또한 영화의 미술팀은 영화의 완성도를 몇 단계 올려놓은 숨은 공신이라고 할 만하다. 두 곳의 집, 그리고 두 집들이 각각 비고 채워지는 상황, 극단이 연기하는 공연장과 학교 등 미술팀은 다양한 공간에 다양한 인격을 부여하며 환경이 대사를 서포트하도록 만든다. 결론적으로 훌륭한 조연들과 완성도 높은 공간은 영화의 수준을 높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미술팀


믿음과 의심, 복수와 용서

일상에 금이 간 에마드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의 주변을 구성하던 모든 사람에 대한 믿음의 상실이다. 주변은 바뀌지 않았는데 내 마음이 그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공포스럽다. 믿어왔던 것들이 부정당할 때, 그것은 어쩌면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 재난에 가깝다. 또한 누군가에 대한 복수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내가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세일즈맨>은 123분 동안 고요히 질문들을 실어 나른 후 결말에서 관객들의 마음이라는 바다에 질문들을 쏟아놓는다. 영화에 답은 없다, 파라디 감독이 에마드가 느끼는 고통과 혼란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는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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