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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y 22. 2017

한국 영화계의 특이점, 봉준호

people column

Intro

요즘 시대에는 영화감독에게 '거장'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너무 가벼워진 것 같다. 한국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감독,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겸비한 감독, 그러면서 자신의 뚜렷한 색깔 또한 가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현시대의 진짜 거장이다.


어려서부터 단련된 예술성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난 봉준호 감독은 중학교 시절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다. 디자이너였던 아버지의 서재에서 관련 외국서적들을 몰래 읽으며 그림을 그리고 중고 비디오점들을 돌아다니며 희귀한 외국영화들을 찾아 보았던 봉준호 감독은 진작부터 예술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깊이를 쌓아갔다. 이런 그의 배경은 후에 직접 영화의 콘티를 그리는 데에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 그의 연출 스타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그의 작품들로 증명되는 것 같다.

오랜꿈


비전공자로서의 발자취

봉준호 감독은 1988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짧고 군더더기 없는 이 사실은 그가 만들어낸 모든 영화가 사회적인 이슈와 스펙트럼들을 넓고 깊게 포함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증거자료이기도 하다. 한편 이장호, 배창호 감독들을 보며 굳이 영화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봉준호 감독은 군 복무 이후 '노란문'이라는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1993년 <백색인>이라는 생애 첫 단편영화를 연출하게 된다. 졸업 직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한 봉준호 감독은 1994년 <지리멸렬>이라는 단편영화를 연출하게 되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무려 박찬욱 감독의 눈에 띄어 두 사람이 연을 맺게 되는 계기가 되는 한편 충무로에 작게나마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이후 몇몇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던 봉준호 감독은 드디어 그의 첫 장편 연출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준비하게 된다.

긴 기다림


녹록지 않은 데뷔

장편 데뷔까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봉준호 감독, 그리고 2000년 드디어 세상에 나온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그만의 색이 듬뿍 담긴 독특하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코미디이면서 동시에 스릴러와 판타지적 면모가 모두 담긴 영화를 만들어낸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다양한 시상식에서의 노미네이트는 물론 뮌헨 국제영화제에서는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시상식의 결정과 전문가들의 눈길과는 달리 관객들의 관심은 차갑기만 했다.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에 참패하며 초보 감독이었던 봉준호 감독에게 쓴맛을 선사했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드러난 천재성

장편 데뷔 이후 심사숙고한 봉준호 감독은 2003년 그의 필모그래피에 영원히 최고의 작품으로 남을 작품, <살인의 추억>을 탄생시킨다. 문제작, 화제작, 대작, 명작 등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하지 않은 <살인의 추억은> 525만 관객에게 '봉준호'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영화가 되었다. 수십 개의 영화제에서의 수상은 물론 단숨에 한국 영화계의 촉망받는 신예로 떠오른 봉준호 감독은 이후 그의 페르소나로도 불리는 배우 송강호 또한 만나게 된다. <살인의 추억>준비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봉준호에 비하면 상당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었던 송강호는 반대로 그가 무명이던 시절 봉준호 감독이 조감독으로 있던 영화의 오디션에서 떨어졌을 때 봉준호 감독이 건넨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시간이 흘러 봉준호 감독의 캐스팅 제의를 받고는 흔쾌히 주연으로 참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훈훈한 일화와 함께 완성된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천재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살인의 추억


연이은 성공과 도전들

<살인의 추억>의 흥행 후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봉준호 감독을 명실상부히 거장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날이 살아있는 블랙코미디와 번뜩이는 연출, 한국 영화에서 시도된 적 없었던 소재의 변주, 적절하게 혼합된 장르는 <괴물>이 독특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이유였다. 이후 2009년 개봉한 영화, <마더>는 전작들에 비해 한국에서의 흥행은 저조했지만 외국에서는 오히려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마더>는 미국 비평가 협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차례 수상하는가 하면 주연이었던 김혜자는 LA 평론가협회가 수여하는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연이은 성공으로 국제적으로도 힘을 얻기 시작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 <설국열차>를 통해 세계적인 발돋움을 시작했다. 무려 450억이라는 제작비를 투입해 제작된 영화, <설국열차>는 유명 외국 배우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등이 참여하며 화제작이 되었다. 제작비에 비례해 충분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 역시 국내 개봉 당시 큰 호응을 얻으며 봉준호 감독의 성공에 일조했다.

괴물


넷플릭스로의 진출과 특이점

<설국열차>이후 영화 <해무>의 각본과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봉준호 감독은 세계 최대의 영화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와 함께 무려 5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 <옥자>의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천재성과 놀라운 연출력, 그리고 디테일을 살려내는 솜씨와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미 한국 영화업계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어느 특이점에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3년에 한 번씩 선보이고 있는 그의 신작들은 매번 관객들에게 최고치의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리고 꾸준하게 봉준호 감독이 선보이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한 명의 관객으로서 매우 흥분되고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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