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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y 28. 2017

캐리비안의 해적5, 바닥난 시리즈의 단물

fresh review

Intro

2003년 개봉한 1편부터 캐리비안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는 많은 관객들의 아쉬움을 샀던 4편까지도 재미있게 관람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야심 차게 돌아온 5편,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시리즈의 단물이 바닥을 드러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캐릭터와 배경 덕분에 덜어지는 캐릭터라이징과 디테일한 배경 설명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점은 시리즈 영화 최대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하는 것이 시리즈 영화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익숙하다는 단어는 진부하다는 단어로 치환되기 쉽다는 명백한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이 양날의 검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가차 없이 난도질 당한다. 잭 스패로 선장을 좇는 악역의 존재는 그렇다 하더라도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들 마저 이렇다 할 매력 발산에 실패하며 영화는 기시감과 진부함으로 가득한 시리즈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며 침몰한다.

난도질


개인적으로 이번 5편이 특히 아쉬웠던 이유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독특한 매력이 전혀 발산되지 못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잭을 필두로 하는 캐릭터들 간의 미묘한 긴장감과 대립구도, 대화를 통해 전달되는 엉뚱함과 재기 발랄함은 물론 넘버링을 거듭하며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해양액션과 컴퓨터그래픽의 오묘한 조합마저도 이번 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때? 우리 돈 진짜 많이 썼지?'라고 물어보듯 의미 없이 때려 밖은 그래픽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한편 지난 편들에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던 추격전은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소모될 뿐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모험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액션이 줄어든 잭 스패로우와 선원들의 역할을 바르보사가 열심히 보충하지만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까운 돈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서 그나마 남은 시리즈의 미덕은 한스 짐머가 공들인 OST, 그리고 어느 영화에서나 존재감을 발휘하는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 정도다. 누구라도 자신이 애정하고 아끼던 시리즈가 침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또 다른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완전히 새로운 배우들로 새대 교체를 마치고도 강력한 힘을 유지하는 것을 보며 캐리비안 시리즈의 길 잃은 행보는 더욱 아쉽기만 하다. 이미 속편을 예고하듯 연출된 쿠키영상을 보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지만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해적들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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