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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l 01. 2017

리얼, 과연 그렇게까지 별로인가?

fresh review

Intro

마치 전 국민이 기다렸다는 듯이 쌍수를 들고 최악의 평가를 내리고 있는 영화 <리얼>은 분명히 잘 만든 영화가 아님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어둠 속에 묻혀있던 <7광구>, <클레멘타인> 등의 영화를 언급할 정도로 이 영화가 별로일까?


이미 많은 관객들이 지적했듯 리얼의 난해한 서사와 뜬금없는 연출, 4차원을 넘어서는 결말은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리얼>에 아쉬웠던 점은 이야기와 이야기를 엮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장면 간의 흐름이었다. 개인적으로 <리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중심축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두 명의 똑같이 생긴 남자와 그 주변 인물들이 얽히며 일어나는 사건들이 주제인 영화는 얼핏 진부하긴 해도 나름의 비주얼과 연출로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풍성했다. 하지만 영화는 각각의 장면과 장면에 너무나 힘을 준 나머지 모든 장면들이 따로 국밥처럼 제멋대로 지껄이며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지 못한다. 또한 주연인 김수현도 그렇지만 조연들이 많은 것에 비해 그들의 캐릭터적 정체성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더욱이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이런 단점들로 인해 <리얼>은 완전히 볼만한 가치가 없는 영화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는 분명히 후한 평가를 내릴 수 없지만 앞서 말한 대로 잔뜩 힘주어 연출된 각각의 장면들이 가지는 에너지는 적지 않았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결심이 들어있는 듯한 각 장면들은 색과 빛을 다채롭게 사용하는 한편 대부분의 인물들이 항상 말끔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등장하며 나름의 대비를 이룬다. 그럼에도 비주얼적으로 완성도 있다는 느낌보다 어딘가 어수선한 CF의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연출적인 도전과 시도 자체는 유의미했다고 여겨진다. 한편 1인 2역을 소화한 김수현은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역할을 소화하며 원탑 주연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분명히 어색하거나 과한 연기도 보였지만 영화의 톤 앤 매너 안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모습들은 대부분 수긍이 가는 수준이었다. 마지막으로 '전라노출'이라는 키워드로 얼룩진 최진리 또한 의외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나름


결론적으로 영화, <리얼>은 확연히 느껴지는 단점들과 감독의 실험들로 인해 115억이라는 제작비에 비해서는 영화적으로 충분한 완성도를 쌓아올리지 못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일면 콘텐츠 구석구석에 들어가 있는 나름의 장점들 마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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