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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Sep 10. 2017

매혹당한 사람들, 매혹당한 관객들

column review

Intro

긴장감이 생기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 간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긴장감은 어떤 상황의 긴장감 보다도 묘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좁은 공간

<매혹당한 사람들>에서 등장하는 공간은 여성 신학교로 등장하는 대저택 하나뿐이다. 이토록 공간이 좁고 한정되어 있음에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다채로운 긴장감을 연출해낸다. 무엇보다 갇혀있는 공간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사람 간의 미묘한 감정선은 스크린 속 방안을 넘어 상영관을 가득 채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말이나 동작이 많지 않은 영화는 영리하고 효율적으로 인물들의 생각과 상황을 대사로 풀어낸다. 그렇게 생명력을 입은 대사들은 영화 속 공간들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관객들의 감정을 파고든다. 영화는 정적이고 느리게 흐르는 것 같지만 관객들의 심장은 결코 느리게 뛰지 않는다.

공간


매력적인 배우들

훌륭한 공간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매력적인 배우들로 가득 차 있기에 비로소 빛을 발한다. 말로는 더 이상 표현할 길이 없는 매력 그 자체의 니콜 키드먼부터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커스틴 던스트, 언니와는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엘르 패닝까지 <매혹당한 사람들>은 여배우들의 매력으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와중에 어떤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청일점으로 활약하는 콜린 파렐은 역시나 이름값을 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이렇게 빈 틈 없는 캐스팅으로 무장한 <매혹당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관객들을 매혹하며 94분의 러닝타임을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간다.

배우들


미술팀의 마법

1864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자연히 시대상을 반영하는 의상과 소품들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매혹당한 사람들>의 미술팀은 단순히 공을 들인 수준에서 더 나아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에 영향력을 불어넣은 기분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여배우들의 매혹적인 자태는 영화의 톤 앤 매너 전체를 끌고 가는 큰 흐름이자 서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자태는 배우들의 아름다움에서도 기인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의상과 악세서리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그 외에도 저택의 구조와 방안의 가구들, 빛이 들어오는 창문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색 등 <매혹당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든 장면들은 서사와 캐릭터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미술


매혹당한 관객들

이처럼 다양한 매력 포인트로 관객을 공략하는 <매혹당한 사람들>은 훌륭한 원작에서 오는 탄탄한 서사까지 갖추고 있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관계의 미묘함을 가감 없이 표현해내는 영화는 대담하고 도발적인 한편 비밀스럽고 추악하기도 하다. 조금은 밋밋한 결말이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결말까지 달리는 과정의 섬세함은 단점을 충분히 만회할 만 하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매혹당한 사람들을 통해 관객들을 매혹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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