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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Sep 15. 2017

어 퍼펙트 데이, 이미 주어져 있는 하루

fresh review

Intro

겨우 60년 전 땅 위로 솟은 모든 것이 초토화 되었던 땅, 지금도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 살지만 대부분의 20,30대에게는 생소한 분쟁지역의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그리고 어디나 그렇듯 그곳에도 삶은 흘러간다.


영화의 배경은 보스니아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발칸반도, 여전히 UN군이 주둔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웃음과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지역이지만 페르난도 감독은 오히려 유머를 영화 전반의 특징으로 삼는다. 등장인물들은 매 장면마다 무심하게 농담을 주고받는가 하면 때로는 스토리까지 가지고 있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어떤 의미에서는 거대한 아무말대잔치처럼 보이는 <어 퍼펙트 데이>는 그런 와중에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끈질기게 붙잡으며 유머와 서사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특히 초반에는 실없어 보이고 허술해 보이던 주인공들이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오히려 따뜻하고 행복해 보이는 것은 <어 퍼펙트 데이>의 이야기가 연출에 잘 녹아들었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유머


유머가 살아있는 연출과 스토리도 좋지만 역시 <어 퍼펙트 데이>의 포인트는 걸출한 배우들에 있다. 영화는 베니치오 델 토로와 팀 로빈스의 중심 있는 연기에 힘입어 메시지의 깊이가 웃음에 묻히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 한편 올가 쿠릴렌코와 멜라니 티에리의 연기는 앞선 두 남배우에 미칠 수준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준수한 수준을 선보이며 영화의 톤 앤 매너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방지한다. 시각적으로 거대하거나 이야기의 규모 또한 크지 않은 영화는 결국 배우로 시작해서 배우로 끝난다.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배우를 타고 흐르는 감정의 물길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하지만 막힘없이 흘러간다.

배우들


결론적으로 <어 퍼펙트 데이>는 하루의 완벽한, 혹은 그 반대의 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채롭고 소소하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생각하고 느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영화의 결말은 어쩌면 해피엔딩일 수도, 오픈엔딩일 수도, 한편으론 배드엔딩일 수도 있다. 그것은 보는 관객의 생각에 따라, 그들의 경험에 따라 다르다. 그렇게 모든 방향으로 열려있는 <어 퍼펙트 데이>는 결국 그 변수들이 합쳐져 완벽한 날은 이미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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