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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Sep 16. 2017

윈드 리버, 대중성은 줄이고, 완성도는 높이고

column review

Intro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와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 번뜩이는 각본 능력을 선보였던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윈드 리버>는 좋은 각본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대중성이라는 기름

'대중성'이란 것의 기준은 모호하다. 누군가는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이라고 할 수도, 누군가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스타배우의 유무를 얘기할 수도 있다. 이렇듯 대중성이라는 단어를 정의하긴 힘들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다수의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무엇인가가 그 단어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윈드 리버>는 대중성이라는 기름을 최저치로 줄인 담백한 살코기 같은 느낌이다. 영화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리듬감이 큰 폭으로 울렁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맛이 없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단지 누군가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을 뿐.

담백함


각본의 위력

영화라는 콘텐츠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2시간 분량의 이야기를 화면에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이야기와, 연출. 이미 수차례에 걸쳐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선보인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그 만의 스토리를 화면에 풀어내는 것에도 성공하며 오리지널 영화 각본이 훌륭히 연출되었을 때 그 위력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한다. 유독 인물간의 대화가 많고, 그러면서도 빈틈이 느껴지지 않는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각본은 화면에서 차가운 냉기와 함께 뿜어져 나와 관객들의 가슴속으로 날카롭게 파고든 후에는 용암처럼 뜨겁게 퍼져 나간다. 화면에서만 뜨거운 블록버스터나, 겉멋만 잔뜩 든, 혹은 이야기의 깊이를 살리지 못하는 원작 일변도의 영화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만의 각본은 스크린 위에서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각본


화살이 되는 인물들

제레미 레너는 연기를 잘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억하는 호크 아이 외에도 그가 섭렵해온 배역들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들은 그만의 색깔로 <윈드 리버>에서 펼쳐진다. 부모이자, 사냥꾼이자, 누군가의 친구를 연기하는 그의 연기는 화살처럼 날카롭게 관객들을 조준한다. 상대역인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 또한 날카롭기는 마찬가지, 이 두 명의 연기는 영화의 톤 앤 매너 속에서 가장 알맞게, 그리고 침착하게 관객들의 집중력을 공략한다. 화면을 보고있는 관객이라면 아무도 그들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의 연기는 스크린 속 눈처럼 조용하지만 치명적이다.

치명적


배경이 일하는 방법

실제 미국 서부의 윈드 리버 산맥, 그중에서도 인디언 보호 구역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윈드 리버>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결코 카메오로 사용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화면을 가득 메우는 눈과 숲은 의외로 영화에 생기를 불어 넣으며 병풍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의 서사를 쥐고 흔드는 윈드 리버 산맥과 눈은 많은 관객들이 익히 봐온 것처럼 영화에서 단순한 장해물이나 배경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인물처럼 살아 움직이며 영화 전체의 방향성을 정의한다. 이렇게 극중 인물들은 물론 서사에 깊이있게 녹아든 배경과 상황들은 <윈드 리버>가 단순한 스릴러물 그 이상으로 날아오르도록 날개를 달아준다.

배경


수준높은 완성도

결론적으로 <윈드 리버>는 타협 없는 완성도를 가진 영화다. 서사가 흘러가는 과정, 배우들의 연기, 처음부터 끝까지 방향성을 잃지 않는 메시지까지, 화려하고 시끄럽진 않더라도 고급 지고 담백한 드라마 스릴러를 찾는 관객이라면 <윈드 리버>는 영화관에서 관람할 기회를 놓치기에 아까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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