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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Oct 14. 2017

블레이드 러너 2049, 지루함은 지루함이다

fresh review

Intro

혹자는 이 영화의 길고 정적인 시퀀스를 보며 감탄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이 끝없이 이어지는 화면을 보며 일종의 깊이감을 느꼈다고 해도 그것이 틀렸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이 영화의 지루함은 그저 지루함이다.


이번 영화의 전편 격인 <블레이드 러너 2019>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SF고전이자 명작이었다. 나 또한 <블레이드 러너 2019>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하지만 어떤 감독과 제작자도 2편을 위해 1편을 관람해야 한다는 룰을 만들 수 없다. 또한 93년에 개봉한 전작을 보지 않고서는 상당한 양의 시퀀스를 이해할 수 없는 2편이 2017년에 나왔고, 많은 관객들이 그저 영화를 선택한 후 혼란을 겪는 것을 1편을 미리 관람하거나 숙지하지 않은 관객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더불어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다분히 전편의 영광에 힘입었고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매우 자립적이지 못한 속편이라는 말이다.

의존적


한편 누군가는 영화의 심오함과 철학에 대해서 얘기한다. 나 또한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서사에서 풀어내고자 한 메시지나 이야기, 전편과의 연결성 자체는 준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봉했던 수많은 SF물에 이 정도의 철학이 없었느냐? 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지는 자문할 필요가 있다.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기에, 그리고 드니 빌뇌브라는 감독의 작품이기에 오히려 우리가 관대해진 부분은 없느냐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끝없이 이어지는 정적인 시퀀스와 테이프가 늘어난 듯한 상대적인 롱테이크 연출은 분명히 많은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장면에 담긴 의미? 길이에 담긴 깊이? 관객 한 명 한 명을 철학자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음은 물론이며 과도할 정도의 플랫한 연출은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순간 관객들에겐 그저 지루할 뿐이다.

플랫


물론 전편의 유산을 이어받아 빛을 활용한 화면의 연출이나 드니 빌뇌브 감독의 특징적인 사운드 플레이는 분명 주목할 만 했다. 또한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와 해리슨 포드의 영향력 또한 여전하다. 하지만 철학적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부족한 서사와 놀랍다고 하기엔 지루함에 가까운 연출은 나의 기억 속에 블레이드 러너를 영원히 1993년의 명작으로 남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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