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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Oct 21. 2017

지오스톰, 아마겟돈의 계보

fresh review

Intro

재난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스케일에 올인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98년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은 당시로서는 스케일도 거대했지만 그 촘촘한 구성과 맛깔나는 전개로 호평받았다. <지오스톰>에서는 <아마겟돈>의 향기가 느껴진다.


거대한 인공위성 연합을 통해 기후를 조작한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재난을 보여주는 <지오스톰>은 상상력이 돋보이진 않지만 현실적인 상황들을 바탕으로 관객들을 설득한다. 특히 영화의 깔끔한 전개는 가족애부터 애국심, 부성애, 책임감 등 다양한 가치들을 두루두루 엮어내며 109분의 러닝타임이 물 흐르듯 흘러가게 돕는다. 물론 스토리 중간중간 허술하거나 불친절한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난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수긍하지 못할 수준은 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지오스톰>은 이전에 미국 재난영화들이 보여주었던 클리셰들을 답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과감하게 사용하는 한편 자신만의 새로움도 곳곳에 녹여내는데 성공하며 독특함과는 타협하되 준수한 오락영화를 탄생시켰다.

준수함


앞서 언급한 영화 <아마겟돈>은 브루스 윌리스를 필두로 다양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아마겟돈>만큼이나, 혹은 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지오스톰>은 인물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살리지 않고 오히려 매우 단순하게 조각한다. 덕분에 영화 속 캐릭터들은 매우 단면적으로 다가오지만 오히려 관객들은 영화의 흐름과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는 일종의 반전 효과 또한 존재한다. 특히 인물의 숫자도 많고 이야기도 빠르게 진행되는 영화의 특성 속에서 단순하게 설정된 인물들은 깊이있는 이야기의 전달보다는 상황 자체가 깔끔하게 설명되는 것으로 충분한 영화의 속성을 잘 살려낸 것 같다.

깔끔함


이런 장점들에 비해 빈약한 악역의 존재감과 어느 수준 이상 깊어지지 못하는 몰입감은 <지오스톰>의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별히 부족한 점 없는 서사와 단순하지만 깔끔한 캐릭터들, 마지막으로 무리 없는 결말까지 <지오스톰>은 스케일만을 생각하고 관람한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한편의 재난영화로서는 결코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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