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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Oct 28. 2017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랑 말고 사람 얘기

column review

Intro

영화의 제목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렇기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누구라도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제목이다.


잔잔한 초반, 터지는 후반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일본 청춘영화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순수한 감정들을 잘 담아냈다. 처음부터 엔딩까지 줄곧 잔잔한 템포를 이어가는 영화는 후반 클라이막스에 이르기 전까지는 마치 책을 읽듯 또박또박 성실하게 캐릭터와 환경들을 설명한다. 이렇듯 기복이 크지 않은 서사 중심의 흐름을 이어가는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2000년생 주연배우, 하마베 미나미의 존재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한편 차곡차곡 쌓아둔 설정과 감정을 짧은 시간에 터뜨리는 후반부는 다양한 장치와 대사들로 관객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 원작의 강점을 배우들의 대사에 녹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이는 영화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관객들의 마음을 터치한다.

터치


하마베 미나미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방문하며 인형 같은 외모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하마베 미나미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학창시절 누구라도 좋아했을 법한 미모의 학생으로 열연을 펼친다. 연기의 디테일이나 깊이, 그리고 감정을 흘려보내는 섬세함은 분명히 부족했지만 관객들 개개인이 추억으로 남겼을 어떤 시절의 그녀를 표현해내는 것에는 준수했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연기력에서는 일부 아쉬움이 남지만 그녀의 미모만큼은 관객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묶어둔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이런 류의 청춘영화에서는 결국 첫사랑, 또는 학창시절을 떠올릴 만큼 임팩트 있는 여배우의 존재가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이끌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가정하에 하마베 미나미의 캐스팅은 완벽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쁨주의


로맨스가 아닌 드라마

마케팅도 포스터도 영화는 마치 로맨스처럼 포장되었지만 내가 느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성장영화, 또는 성장 드라마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흥미롭게도 영화의 카테고리 설정 또한 로맨스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데, 이는 영화가 사쿠라와 사키의 사랑 얘기라기보다는 서로의 관계와 성장에 관한 얘기이기에 그렇다고 생각된다. 영화는 일본 청춘 로맨스물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기에 몽글몽글한 감정과 다양한 로맨스 장르적 클리셰를 간직하고 있지만, 실상 그 속에 녹아든 서사에는 청춘이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관계와 친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 오히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형태를 통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전달한다.

드라마


제목이 궁금하다면

최근 큰 인기를 얻었던 일본 애니메이션들처럼 마냥 설레고 환상적인 사랑 얘기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조금 실망스러운 작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사랑'이라는 표면적 단어 뒤에 숨은 '관계'라는 가치를 되짚어 본다는 점, 그리고 삶에 대해 결코 가볍지 않게 돌아본다는 점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단순한 청춘영화 그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요소인 것 같다. 거기에 시선을 사로잡는 미모의 하마베 미나미와 잔잔한 서사를 통해 풀어내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관람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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