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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Nov 02. 2017

리빙보이 인 뉴욕, 품격 있는 막장

fresh review

Intro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어우러져 있을 때 생기는 묘한 긴장감은 생각외로 나쁘지 않다. 특히 그 두 가지가 현실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류의 일들이라면 흥미로움까지 더해질 수 있다.


뉴욕에 살고 있는 한 청년에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사건을 그리는 <리빙보이 인 뉴욕>은 처음부터 끝까지 '뉴욕'이라는 장소적 프레임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중요한 점은 영화가 서사를 그리는 방식 안에서 뉴욕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일종의 캐릭터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인물들의 대화나 감정 선의 흐름 속에 뉴욕의 비중이 상당한 나머지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력이 풍부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영화의 재미마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은 <리빙보이 인 뉴욕>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다. 한편 영화가 선보이는 스토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막장드라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장소에 대한 이해와 소재에 대한 포용력이 없는 분들이라면 <리빙보이 인 뉴욕>은 시간 낭비에 가까운 영화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뉴욕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500일의 썸머>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연출해온 마크 웹은 특유의 현실적인 연출력과 디테일한 미술 작업을 바탕으로 영화 전반에 품격을 더했다. 더불어 칼럼 터너의 연기는 준수했고 제프 브리지스, 피어스 브로스넌은 무게감이 느껴졌으며, 케이트 베킨세일은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영화는 막장으로 치닫는 서사와는 별개로 시종일관 여유가 있고 위트 또한 잃지 않는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경박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의 만듦새는 가볍게 소모될 수 있는 이야기에 두툼한 패딩을 입히듯 깊이를 더하며 B급 로맨스 영화와는 방향을 달리한다.

품격


결론적으로 <리빙보이 인 뉴욕>은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다양한 매력들로 감싸 안으며 품격 있는 막장 영화를 탄생시켰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개인적으로는 격정적인 서사를 풀어내는 감독과 배우들의 역량이 훌륭하여 보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였던 것 같다. 물론 필자가 뉴욕에 수차례 방문했음은 물론 짧은 기간이나마 거주까지 했었기에 무의식적으로 가산점을 추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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