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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Dec 14. 2017

강철비,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은 영화

fresh review

Intro

분단된 대한민국에 대한 소재는 <쉬리> 이후로 매력적이고 한국적인 주제로서 사랑받아왔다. 그리고 <강철비>는 마치 지금까지 나왔던 수많은 북한 소재의 영화들을 되짚어 보는 기분이다.


북한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인해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는 <강철비>는 서사 곳곳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덕분에 영화는 139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의 집중력이 영화를 외면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한다. 그럼에도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분명히 아쉬움이 남는데, 조금 더 긴박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변이 너무나 태연하거나 상황의 긴급성에 비해 인물들의 태도가 너무나 차분한 것 등은 혹여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또한 비교적 결말까지 드라마적 요소를 잘 유지해나가던 영화는 마지막에 너무나 액션 영화 틱한 결말을 선택해 개인적으로는 조금 김이 빠지기도 했다.

액션!


하지만 무엇보다 <강철비>에서 아쉬운 것은 휴머니즘과 드라마, 액션에 심지어 정치와 국제적 요소까지 한 편의 영화에서 모두 보여주려고 했던 양우석 감독의 욕심이다. <강철비>는 분명히 이 모든 영역에서 선전을 펼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토록 다양한 요소들이 각자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은 맛깔나고 다채롭기보단 혼란스럽고 과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더불어 이렇게 수많은 요소들이 서사에 녹아야 하다 보니 주연, 임철우 역의 정우성과 곽철우 역의 곽도원이 펼치는 연기는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지며 캐릭터의 방향성이 산만하다고 느껴진다.

혼란!


결론적으로 <강철비>는 하고자 하는 얘기가 너무 많은 나머지 한 편의 영화로서 완성도 있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주조연 진의 연기, 그리고 장면 장면마다 보이는 연출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지만 사실 그마저도 <의형제>,<한반도>,<쉬리> 등 다양한 북한 소재 영화들의 장면들과 오버랩되며 <강철비>만의 특별함이 묻어나진 않았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신파를 지양하는 담백함과 남북한의 현 상황을 되도록 중립적인 입장에서 개연성 있게 풀어냈다는 점은 최근 들어 개봉했던 한국 영화들과는 다른 장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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