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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Dec 20. 2017

신과 함께, 신파극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

column review

Intro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의 신파라면 치를 떨 만큼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서사와 충분히 납득할 만큼 과정을 가다듬은 영화의 신파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목표가 명확한 서사

주호민 작가의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신과 함께>는 그런 덕분인지 영화의 이야기가 가고자 하는 목표지점이 명확하다.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하며 영화 전체의 서사는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져가지만 확고하게 자리 잡은 중심 서사가 흔들리지 않는 덕분에 관객들이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신과 함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주인공인 김자홍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주력하며 김자홍의 주변인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흐름을 끊을 정도로 전체적인 내용을 방해하는 것을 끈기 있게 방어해낸다.

목표


제 몫을 해내는 배우들

하정우와 차태현이라는 걸출한 두 남배우를 중심으로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오달수, 임원희 등 수많은 조연들이 호흡을 맞춘 <신과 함께>는 CG와 제작비의 스케일뿐만 아니라 캐스팅의 스케일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렇듯 수많은 배우들의 등장으로 일각에서는 너무 산만하다거나 배우들의 매력이 잘 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조연을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배우들이 지금껏 여러 작품들에서 선보였던 자신만의 캐릭터를 최대치로 살릴 수 있는 배역들을 연기함으로써 어색함이나 산만함보다는 반가움과 편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한편 영화 분위기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차태현과 하정우는 특별히 부족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은 연기를 펼쳤다고 말하긴 힘들고, 주지훈과 김향기 또한 인상적인 수준의 연기는 펼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대부분 자신의 몫은 해냈다고 생각된다.


충무로 CG의 최대치

캐스팅된 배우와 원작만큼이나 이슈가 되었던 <신과 함께>의 CG는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썩 훌륭한 수준이다. 물론 헐리웃의 기라성 같은 액션물들에 비하면 <신과 함께>의 CG가 분명히 어색하거나 떨어지는 부분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나 서사와의 합치성이나 디테일을 표현하는 그래픽의 퀄리티, 모두 결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대규모 CG장면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영화는 CG를 자랑하기 위한 CG가 아닌 서사와 캐릭터를 뒷받침하기 위한 CG로서 그 역할을 다함은 물론 본연의 완성도 또한 준수해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관람을 가능하게 한다.

CG


예술의 경지에 오른 신파

이토록 좋은 요소들을 모아서 완성된 <신과 함께>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신파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의 설정부터 결론까지 <신과 함께>가 목표했던 지점은 분명히 신파, 그것도 우리가 그토록 지겹게 봐왔던 한국형 신파다. 하지만 역으로 캐릭터의 설정부터 신파가 완성되어가는 그 모든 과정을 정성스럽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한 땀씩 만들어낸 <신과 함께>는 한국형 신파를 결국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다. 그리고 끝내는 필자를 포함하여 대한민국을 살아온 모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강력한 한방을 선사한다. 이토록 영혼까지 끌어모아 완성도 있게 만들어낸 신파라면 알면서도 한 번쯤 울어본들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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