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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별들이 각축을 벌이는 밤하늘에서 새롭게 떠오른 별이 누군가의 눈에 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라성 같은 남배우들이 넘쳐나는 충무로에 몇 년 전 등장한 이제훈은 지금 누구보다 빛나는 별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은 배우가 아닌 이제훈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사실 이제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건축학개론>의 승민처럼 공대생이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끼와 꿈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25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한예종에 재입학하게 되고 28살이 넘어서야 정식 스크린 데뷔를 할 수 있었다고. 이후 다양한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에 출연한 이제훈은 충무로에 화려하게 등장하기 이전부터 성실하게 기본기를 쌓아갔다. 특히 2009년 개봉한 <친구 사이?>라는 독립영화에서 이제훈이 연기한 동성애 캐릭터는 아직도 많은 관객들이 기억할 만큼 이제훈은 성실할 뿐만 아니라 잠재력 또한 풍부했다.
이렇듯 데뷔 후 꾸준히 필모를 쌓아오던 이제훈은 2011년 <파수꾼>과 <고지전>으로 충무로에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린다. 이제훈의 대표작이자 윤성현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한 <파수꾼>에서 이제훈은 불완전한 10대, 기태를 강렬한 동시에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이후 몇 달 차이로 개봉한 장훈 감독의 전쟁영화 <고지전>에서 젊은 신임 대위, 신일영을 연기한 이제훈은 전쟁의 참화 속에 자신을 잃어가는 인물의 심리를 탁월하게 연기해내며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앞선 두 편의 작품으로 2011년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이란 신인상은 모조리 쓸어 담은 이제훈은 대종상 시상식에서 <파수꾼>의 이제훈과 <고지전>의 이제훈으로 수상을 경쟁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만들어냈다.(참고로 승자는 <파수꾼>의 이제훈이었다.) 성실하게 갈고닦은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이제훈의 2011년은 관객에게도 이제훈에게도 잊지 못할 한 해였다.
2011년 폭발적인 등장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이제훈은 비교적 늦은 데뷔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왔다. 앞서 언급한 <친구 사이?>의 동성애자 역할부터 <파수꾼>의 10대 학생, <건축학개론>의 대학생은 물론 한석규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파파로티>에서는 건달, 최근작 중 하나인 <박열>에서는 독립투사 박열을 연기했고 얼마 전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9급 공무원을 연기하는 등 이제훈의 필모에는 단 한 명도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 뿐만 아니라 <시그널>, <비밀의 문>등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 이제훈의 광범위한 카테고리 점령 능력은 이제훈의 미래가 기대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때는 자신의 외모가 화면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까지 했다는 이제훈, 지금은 많은 연예인들의 이상형으로 손꼽히고 있음은 물론 대단한 동안 외모로도 유명하다. 특히 <건축학개론>에서 동갑으로 출연했던 수지와는 무려 10살 차이, 22살 청년 박열로 열연을 펼쳤던 당시 이제훈의 나이는 34살이었고 10대 청소년을 연기한 <파수꾼>촬영 당시에는 28살이었다고 하니 동안도 보통 동안이 아니다. 이처럼 출중한 연기력과 다채로운 필모, 거기에 10살 차이의 배역까지도 소화해내는 외모까지 겸비한 이제훈이 충무로의 대세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샛별'이라는 단어는 새롭게 뜬 별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새벽에 보이는 금성을 일컫는 단어라고 한다. 영어로는 morning star로 해석되는 샛별, 불현듯 어딘가에서 날아온 혜성이 아닌 새벽부터 저녁까지 묵묵히 그 자리에서 항상 빛나고 있는 금성처럼 남들보다 시작은 조금 늦었을지라도 성실하게 빛나온 이제훈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충무로의 샛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