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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Apr 07. 2018

레이디 버드, 혼란하고 아름다운 청춘

column review

Intro

누구나 한 번은 겪었을 인생의 10대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찾으라면 '성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10대의 성장영화인 <레이디 버드>는 이야기에 특별한 양념을 치지 않았음에도 싱겁지 않다.


시얼샤 로넌

13살의 나이에 <어톤먼트>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연소 여우조연상 후보로 발탁되는 잠재력을 선보였던 소녀는 25살에 동일한 시상식에서 <레이디 버드>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자신의 눈부신 성장을 증명했다. 푸른 눈이 매력적인 아일랜드 여배우, 시얼샤 로넌은 자신의 눈만큼이나 깊이 있고 맑은 연기로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의 이목을 장악하며 연기 경력 10여년차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다양한 관계 속에 씨름하는 10대 크리스틴, 일명 '레이디 버드'를 연기하는 시얼샤 로넌은 바닥부터 하늘까지 요동치는 청춘의 감정 기복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호연을 펼친다. 원탑 주연으로서 94분 내내 화면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시얼샤 로넌은 배역과 본인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놀라운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만으로도 꽉 찬 영화를 완성한다.

시얼샤 로넌


그레타 거윅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영화에서 모던한 여성상을 대변하는 배우로 거듭난 그레타 거윅은 이제 감독으로서도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레이디 버드>로 각종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그레타 거윅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이미 감독으로서의 출중한 재능을 검증받았다. 이번 영화 속 장면 중 어떤 것도 자신이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 자신의 고향에 대한 경험이 일부 담겨있다고 말한 그레타 거윅은 10대 소녀의 섬세한 감정과 관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들, 그리고 무엇보다 재치 있고 코믹한 대사와 장면 연출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영화의 특성상 인물 간의 대화가 대부분의 사건을 이끌어가는 <레이디 버드>가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잡은 데에는 그레타 거윅의 준수한 연출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그레타 거윅


담백한 웃음

기본적으로 <레이디 버드>가 성장영화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액자 속 내용은 오히려 코미디에 가까울 만큼 영화는 많은 웃음을 포함하고 있다. 그레타 거윅은 위트 있는 대사와 상황을 영화 곳곳에 치밀하지만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어떤 장면도 우울하거나 심각한 톤 앤 매너로 빠지지 않도록 리듬감 있는 서사를 준비했다. 더불어 시얼샤 로넌은 그레타 거윅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서사를 온전히 화면에 표현해내며 영화속 웃음포인트를 훌륭하게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이처럼 잘 준비된 각본과 그 각본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배우로 인해 <레이디 버드>는 수많은 장면에서 소소하게, 때로는 격한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경박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담백함을 유지한다.

웃음


혼란하고 아름다운 청춘

결론적으로 <레이디 버드>는 준수한 감독과 배우가 만나 완성한 위트 있고 즐거운 성장영화다. 레이디 버드의 캐릭터가 상당히 특별함에도 서사의 흐름이 사뭇 진부하고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해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쉽지만 다양한 사건들과 관계, 그리고 그 속에 섞여있는 웃음을 통해 혼란하고 엉망진창이지만 그럼에도 아름답게 빛나고 끝내 성장해가는 10대의 순간들을 담아낸 그레타 거윅의 연출과 시얼샤 로넌의 연기는 전혀 아쉬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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