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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Apr 14. 2018

몬태나, 안개비처럼 흩어진 메시지

fresh review

Intro

결승선이 어딘지 알고 달리는 사람의 발걸음은 명확하고 힘이 있다. 하지만 도착점이 분명하다고 해서 모든 과정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몬태나>에서 평생의 숙적이었던 인디언 추장을 고향으로 이송하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전설적인 대위, 블로커 역을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은 네임밸류에 걸맞은 열연을 펼치며 영화의 분위기가 차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한편 인디언들에게 가족을 잃은 로잘리 퀘이드 역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는 러닝타임 내내 비슷한 톤의 표정을 유지하는 크리스천 베일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한 감정을 연기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영화의 표면적 주연은 크리스천 베일이었지만 서사가 흘러가도록 극 중 모든 등장인물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 인물은 로자먼드 파이크였다. 특히 로자먼드 파이크의 품격 있는 연기는 영화의 모든 순간들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연


이처럼 <몬태나>를 이끄는 투톱 주연은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지만 영화가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어딘지 모르게 흐릿하다. 대부분의 로드무비들이 그렇듯 <몬태나>또한 인물들의 감정 변화나 굳건한 신조가 변화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애매한 태도만으로 일관하며 영화가 도착하는 결말이 그다지 설득력 있게 와닿지 않았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동료들을 잃고 목숨을 걸고 싸운 적과의 화해, 아무 이유도 없이 모든 가족이 몰살당한 여인이 마음을 여는 과정이 단순히 10,000마일을 걸어간 길에 있다는 것이 이미 정해진 결말을 향한 조금은 과한 축약이었다면 내 마음이 너무 좁은 탓일까?

축약


결론적으로 <몬태나>는 준수한 주조연의 활약과 로드무비의 전형을 잘 따른 담담한 연출, 그리고 광활한 미국 서부의 자연경관 또한 아름답게 담긴 나쁘지 않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130분이라는 적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결말을 향해 흘러가는 과정들은 안개비처럼 흩어져있고 흐릿한 나머지 영화가 결말에 다다랐을 즈음에도 감독의 의도는 알겠으나 영화의 메시지가 충분히 공감되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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