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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Apr 22. 2018

콰이어트 플레이스, 귀로 보는 영화

column review

Intro

눈과 귀를 동시에 사용하여 감상하는 콘텐츠인 영화에서 소리가 중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각종 기술의 발전은 음향보다 영상 쪽으로 치우쳐 있었기에 소리가 주인공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등장은 유독 반갑다.

설정의 역할

SF를 기반으로 한 스릴러 영화들은 극의 배경을 정의하는 설정이 서사 전체의 톤 앤 매너를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근미래의 한적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삼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역시 소리를 사냥하는 크리처를 중심으로 촘촘한 설정을 영화 전반에 걸쳐 깔아두고 사소한 도구부터 건물의 구조까지 모든 설정들이 디테일할 뿐 아니라 낭비되는 구석이 없어 90분의 러닝타임이 빈틈없이 알차게 느껴진다. 다소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둔 설정에 발목을 잡히거나 정해진 설정을 억지로 지켜내느라 재미를 갉아먹는 것과 달리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설정은 오히려 영화가 나아갈 수 있는 한계 지점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한 편 관객들의 이목이 어디를 바라보아야 할지 뚜렷하게 가리키는 역할을 수행하여 영화의 방향성을 흔들림 없이 지지해준다.

설정


소리의 역할

영화라는 콘텐츠에서 소리는 자주 조력자 취급을 받아왔다. 간혹 아름다운 OST나 사실적인 음향효과가 화제가 된 적은 있으나 소리 그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소리는 주인공이다. 반면 역설적이게도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는 많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대사도 몇 줄 없다. 인물들은 대부분의 대화를 수화로 처리하고 배경에서 들리는 소리 또한 극히 적다. 덕분에 관객들은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소리는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존재감을 극대화하여 모든 관객들이 자신의 등장을 기다리게 만든다. 그렇다고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마냥 소리로 관객을 놀래키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극 중 주연으로도 열연을 펼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관객들의 귀를 소리라는 기둥에 단단히 묶어두고 화려하진 않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영상을 통해 관객들의 눈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낸다. 

소리

배우의 역할

이처럼 설정과 소리를 통해 완벽한 판을 마련한 <콰이어트 플레이스>위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배우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백분 수행한다. 최근 다양한 영화에서 열연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나가고 있는 에밀리 블런트는 이번 작품에서 넘치는 모성애를 바탕으로 아이들과 가정을 지켜내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준수하게 연기해낸다. 서사의 한 중심에 서서 인물 간의 교차점이자 이야기의 흐름을 책임지는 리더로서의 면모까지 뽐내는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는 조금은 독특한 소재와 방향성을 가진 영화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한편 감독이자 주연이었던 존 크래신스키와 비교적 연기 경력이 짧은 두 명의 아역, 노아 주프와 밀리센트 시몬스 또한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훌륭한 캐스팅을 완성한다.

배우


숨 막히는 경험

결론적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서사를 이끌어주는 훌륭한 설정과 소리를 활용한 깔끔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명품 스릴러 영화라고 할 만 하다. 영화의 흐름이 부성애와 모성애를 바탕으로 기존 스릴러와 드라마 영화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갔다는 점이 이 영화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일 수는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익숙한 플롯이 영화를 둘러친 덕분에 오히려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원초적인 공포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소리를 통해 영화적으로 숨 막히는 경험을 선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존재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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