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May 07. 2018

쥬라기 공원,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상상력

네 번째 클래식

매거진 '언제나 클래식'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쥬라기 공원

대부분의 SF영화들이 가지는 맹점은 시간이 지났을 때 더 이상 그 영화가 SF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SF장르는 빈약한 상상력과 허술한 완성도로 인해 시대와 상관없는 망작이 나올 확률이 높은 장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매번 관객과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SF명작을 뽑아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능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미지와의 조우>, <이티>, <에이 아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제목만을 나열하기에도 벅찬 그의 SF필모그래피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SF의 거장이라 부르기에 손색없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1993년 개봉한 <쥬라기 공원>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특수효과와 ‘공룡’이라는 소재를 스크린에 생생하게 되살린 작품으로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SF영화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넘버링을 달고 출시되고 있는 영화인 <쥬라기 공원>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자 기술이 서사를 완벽하게 서포트하도록 만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SF연출 능력이 가장 원초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 초반 샘 닐이 연기한 알란 그랜트 박사가 브라키오 사우르스를 만나는 장면은 특별한 서스펜스나 대단한 CG가 사용된 것이 아님에도 경이로운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장면이다. 자신이 수십 년 동안 발굴해온 뼈들이 살을 입고 숨 쉬는 생명체로 서있는 모습을 보는 그랜트의 표정은 기술이 서사를 만나는 지점이 어떻게 연출되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나 단순히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닌 장면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기술, 그리고 등장인물의 상상이 실현되는 그 순간이 동일하게 관객들에게도 실현되도록 하는 연출을 선보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기술과 이야기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감독이었다. 

  

영화의 튼튼한 밑그림이 되어줄 서사와 기술이 완벽하게 합을 맞춘 <쥬라기 공원>은 압도적인 OST와 음향효과로 색을 낸 아름다운 물감으로 시각뿐 아니라 청각의 역할도 중요한 영화 콘텐츠의 특성을 완벽하게 살린다. 존 해몬드 일행이 헬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며 울려 퍼지는 영화의 OST는 언제 들어도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시종일관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공룡들의 울음소리와 발자국 소리는 보이지 않는 곳의 긴장감까지 생성해내며 단 16분 동안 출연하는 공룡들이 123분 내내 관객들과 함께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에 있어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쥬라기 공원>은 매우 성공적인 상업영화이자 SF 어드벤처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이 클래식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부분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이나 놀라움으로 가득한 화면을 넘어서 SF라는 장르적 본질에 훨씬 더 맞닿아 있다. SF란 기본적으로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미래란 단순히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이 아닌 상상력이 있어야만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SF영화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장르영화의 특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SF의 본질은 ‘미래’가 아닌 ‘상상력’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SF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에서 탄생한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상상력의 세계, 모두가 꿈꿔왔고 영원히 꿈꿀 공룡으로 가득한 놀이공원은 올타임SF, 언제나 클래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범죄의 재구성, 관객의 마음을 훔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