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May 19. 2018

버닝, 진실과 거짓의 숨바꼭질

fresh review

Intro

난해한 영화는 대체로 대중성이 떨어진다. <버닝>은 난해하고 대중성도 떨어지는 영화다. 하지만 148분 동안 관객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버닝>은 미스터리 영화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에게 떡밥을 투척할 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는 엮이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이는 듯 풀리는 듯 공중으로 사라져버리고, 어떤 인물의 등장과 소멸은 사건의 해결점이 되어줄 것 같다가도 이내 의뭉스러움만을 더하는 식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을 쥐어 짜내듯 서사를 이어가는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요소들과 인물들이 빈틈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며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 명의 인물에 가까울 정도의 존재감을 보이는 OST와 한국에서 저런 장면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 몇몇 장면들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의 템포를 적당히 튕겨주는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배경음과 해석이 불가능한 서사의 흐름은 단순히 예술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엔 다분히 난해했다.

미스터리


이처럼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버닝>을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낌없이 자신들의 재능을 불태운 배우들의 몫이 컸다. 특히 출연 분량이나 영향력 면에서 원탑주연에 가까운 수준을 보여준 유아인은 순박한 모습부터 혼란스럽고 분노에 찬 모습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는 한 사람의 상태를 탁월하게 표현해내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또 한번 격상시킨다. 한편 이번 영화가 연기 데뷔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던 전송서의 경우 디테일한 억양과 감정연기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대체로 안정적인, 때로는 극 중 가장 파격적인 모습 또한 선보이며 비교적 적은 출연 시간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마지막으로 미스터리한 남자, 벤을 연기한 스티븐 연은 감정적으로 기복이 큰 유아인과 전종서 사이에서 시종일관 같은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 중립지대의 역할을 해내며 영화가 한쪽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다.

호연


결론적으로 <버닝>은  장르영화의 특성과 배우들의 호연이 잘 녹아든 준수한 미스터리 영화라고 생각된다. 특히 극의 혼란함이 극적으로 가중되는 중반 이후부터 연출되는 장면들은 마치 진실과 거짓이 끊임없는 술래잡기를 하는 것 마냥 집요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이 간혹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버닝>의 신비로움과 집요함이 많은 관객들에게는 단지 지루함과 난해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0년간 그려낸 큰 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