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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y 22. 2018

독전, 점으로 남은 배우들

fresh review

Intro

'스타일'있게 만든다는 말은 많은 것들을 두루뭉술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독전>의 예고편은 매우 스타일 있게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영화의 본편은 스타일 있는 척에 그쳤다.


'마약'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독전>은 소재의 강렬함에 비해 서사의 치밀함이 극도로 부족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영화는 하얀 도화지 위에 배우라는 점만을 진하게 찍어낼 뿐 점과 점을 이어줄 선도, 남은 여백을 채워줄 밑그림도 없어 당최 그림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구석이 없다. 이처럼 극과 인물의 배경 그림이 빈약하다 보니 아무리 자극적인 장면도 서사에 충격을 주지 못하고 단순히 기분 나쁜 에피소드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15세 관람가를 받은 영화는 누가 봐도 청소년관람불가에 가까운 수위를 선보이는데, 이조차도 영양가 있게 사용되지 못하고 그저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소모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었다.

서사


서사가 갈 길을 잃은 <독전>에서 그나마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는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이다. 특히 투탑주연인 조진웅과 류준열은 서사 위에 찍힌 거대한 점의 역할을 해내며 배경이 부족한 극의 빈 공간을 매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다양한 감정들을 비슷한 톤 앤 매너 안에서 표현해내는 류준열의 연기는 영화의 유일무이한 기둥처럼 느껴질 만큼 안정감이 돋보였다. 또한 이제는 고인이 된 김주혁과 박해준, 진서연 등의 조연들은 아주 훌륭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준수한 연기를 펼치며 서사에 리듬감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많은 배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캐릭터의 역할과 다채롭게 조명되지 못하는 인물 간의 관계는 배우들의 열연 또한 빛이 바래게 만들었다.

열연


결론적으로 <독전>은 완성되지 못한 그림처럼 허술하고 아쉬움으로 가득 찬 영화다. 점의 역할을 해 줄 배우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영역을 넓혔지만 서로 간에 깊은 연결점도, 충분한 채색도 입지 못한 채 의미를 잃었다. 영화에 끝없이 등장하는 자극적인 장면도,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그럴싸한 에피소드들도 점성을 잃은 서사 속에서는 그저 무의미한 장면의 향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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