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놀랍도록 깊고 큰 울림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누가 이 영화를 '잔잔하다' 했던가. 브루클린은 결코 잔잔하지 않다. 오가는 감정의 폭만 놓고 본다면 가깝게는 시빌워나 멀리는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그것 보다도 결코 작지 않다. 작지만 큰 울림,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영화.


놀라운 발견, 시얼샤 로넌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유독 여자 주연배우들이 빛났다. 한국에서 진작에 개봉했던 캐롤의 두 주연은 물론 결국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룸의 브리 라슨까지. 하지만 브루클린의 시얼샤 로넌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고도 한국에서 늦게 개봉한 탓인지 붐업이 전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브루클린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필자의 머릿속은 이 하얗고 순수한 영혼과 눈빛을 가진 아일랜드 배우, 시얼샤 로넌으로 가득 찼다. 94년생의 젊은 여배우인 시얼샤 로넌은 진작에 헐리웃에서 제2의 다코타 패닝으로 불렸다.(사실 다코타와 동갑이니 본인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별명 일수도!) 필자의 경우는 영화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그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의 외모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브루클린에서는 원탑 주연으로서의 면모를 아낌없이 발휘한다. 시얼샤 로넌은 브루클린에서 삶의 수많은 선택 앞에 서 있는 여자를 심도 깊게 연기한다. 시작은 한 집안의 막내딸로서, 그다음은 일감을 찾아 떠난 이민자, 하숙생, 때로는 직원, 애인, 클라이막스에서는 아내를 지나 독립된 한 자아로서, 단어로는 한 줄로 정리되는 이 긴 여정을 시얼샤 로넌은 111분 동안 화면에 투영해낸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격하게 그 감정의 폭과 깊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마음을 울린다. 한국 나이 23살의 연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깊이.

브4.jpg 놀라운 연기!


선택과 결과, 그리고 삶

브루클린이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된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브루클린은 '에일리스'라는 한 명의 아일랜드 여자의 삶을 통해 꽤나 담담하게 하지만 놀랍도록 풍부하게 삶의 순간들을 풀어낸다. 특히 브루클린에서 돋보이는 것은 에일리스가 삶의 기로에서 선택하게 되는 방향과 그로 인해 주어지는 결과, 그리고 한 명의 인간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순간들의 묘사다. 많은 사람들이 브루클린이 '잔잔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만큼 각본이 연출로 잘 풀이되었다는 뜻인 것 같다. 누군들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평탄할 수 있을까? 하물며 삶에 대해 얘기하고픈 영화라면, 브루클린은 삶에서 맞이하는 순간들이 놀랍도록 줌인하여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기도 하다. 이 부분이 바로 영화의 품격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브3.jpg 가까우면서도 먼,


조연들, 빈틈을 없애다

도널 글리슨은 정말 볼 때마다 놀라게 되는 배우인 것 같다. 필자는 엔딩 크레딧을 볼 때까지 긴가민가 했다. 분명히 닮은 배우인 것 같은데,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에야 무릎을 쳤다. 아일랜드 신사 짐, 역의 도널 글리슨은 후반부에서 역량을 발휘한다. (그러고 보니 영화 자체가 아일랜드 배우들의 매력으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전반부에서 중반부까지의 특급 조연은 역시 이탈리아인 역의 에모리 코헨, 90년생의 이 귀여운 배우는 사실 미국인이다! 검색하지 않았다면 정말 이탈리아인이라고 믿었을 만큼 훌륭한 연기.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는 단연코 시얼샤 로넌이 끌고 가지만 명품 조연들이 없었다면 브루클린은 이토록 빛나는 영화는 되지 못했을 듯 싶다.

브2.jpg 훌륭한 조연들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우리 모두의 얘기

브루클린은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영화, 그 수준을 뛰어넘는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꽤나 극적인 순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장면들을 신파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한 번은 겪게 되는 순간들이 단지 영화적으로 풀이되어있는 장면들, 브루클린은 내용과 장면들이 자극적 신파로 넘어가지 않는 현실과의 경계를 오묘하게 지켜낸다. 브루클린을 감상하며 수차례나 눈물이 자극되는 순간들이 전혀 찝찝하지 않은 이유. 브루클린은 다채로우면서도 가야 할 방향성을 결코 잃지 않고 겻길로도 빠지지 않는다. 감독이 선택한 결말까지도 담백한, 브루클린의 메세지는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우리 모두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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