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한국 스릴러의 신지평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면 너무 오바일까?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이 제대로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필자는 영화를 개봉날 밤에 관람했다. 보통은 보고 나서의 느낌이 가장 많이 남도록 바로 리뷰를 쓰는 편인데 곡성은 며칠의 시간이 필요했다. 곱씹을 부분은 곱씹고 시간에 흘려보내고 잊어야 할 부분은 잊을 시간이 필요했다.


나홍진, 한국 스릴러의 신지평

감독 얘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나홍진의 전작 추격자와 황해를 확인한 분들이라면 익히 그의 스타일은 잘 알고 있을 터. 관객을 가지고 노는 스릴러 대가로서의 면모는 곡성에서 진면목을 발휘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나홍진이 가장 잘 하는 연출은 스크린 전체로 관객을 꽉 누르는 듯한 긴장감의 연출이다. 관객들은 영화관에 갇혀서 빠져나갈 길을 잃은 희생자들마냥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깜박이는 시간이 아까울 만큼 빠져들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관을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끝없이 불편하다. 도대체 다른 스릴러 영화에서는 느껴본 적이 없는 긴장감. 나홍진 표 긴장감이라고 불러도 좋을 이 느낌은 엄청나게 매운 음식을 먹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먹을 때도 고통스럽고 먹고 나면 속까지 버리는데 돌아서면 다시 먹고 싶다. 독보적이고 매력적인 나홍진의 연출력은 한국 스릴러의 신지평이다.

나홍진.jpg 그만의 연출, 그만의 능력


곽도원, 주연의 품격을 보이다

곡성의 치밀한 연출과 스토리에 곽도원의 연기력이 많이 거론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곽도원의 필모는 참 알차다. 작품을 보는 눈도 꽤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곽도원은 지금까지 연기 잘하는 조연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곡성에서 곽도원은 원탑 주연으로서 우뚝 섰다. 곡성은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가 주연인 것처럼 팔리고 있지만 누가 봐도 곽도원의 원탑 주연 영화다. 그리고 곽도원은 주연으로서의 품격을 보인다. 곡성은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나 결코 쉽지 않은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모든 장면의 중심에 서있는 곽도원은 그 모든 감정의 폭과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불편하고 쉽지 않은 영화에서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버텨낼 수 있는 이유는 곽도원의 존재다.

ㄱ5.jpg 주연의 품격


조연들, 악센트를 부여하다

황정민은 최근 들어 가장 다작하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관객들이 그에 대한 피로감을 얘기할 법도 하다. 하지만 곡성에서 보여주는 그의 클라스는 그가 한 달에 10편을 찍어도 황정민은 황정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놀랍다는 말 외에 뭐라 말할까, 곽도원이 중심을 잡는 주연이라면 황정민은 특급 씬 스틸러 그 이상의 역할로 영화에 색을 부여한다. 한편 아역배우 김환희는 이 친구 물건이다 싶을 만큼 대단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무서울 정도다. 어떤 의미로 곡성에서 가장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환희다. 성실히 작품 활동만 한다면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친구. 그 외에 천우희는 카메오 수준의 출연이라 딱히 할 말이 없고 쿠니무라 준의 경우에는 정말 탁월한 캐스팅이었다는 생각.

ㄱ3.jpg 황정민의 임팩트


장르의 변주,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

주변에 곡성을 보고 잠을 못 이룬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리뷰어들은 앞다퉈 곡성의 결말과 상징물들을 해석하고 있다. 많은 얘깃거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잘 만든 영화인 것은 아니지만 잘 만든 영화들은 얘깃거리가 많기 나름이다. 나홍진이 스릴러 장르에 유독 강점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종교색채와 호러 장르까지 끌어들여서도 이 정도의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곡성은 추격 스릴러의 바탕에 정교하게 호러와 미스터리의 탑을 쌓는다. 시작은 미스터리로 해서 중반까지는 스릴러로 달리더니 클라이막스를 넘어서면서는 호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영화가 짧지 않음에도 호흡을 놓치지 않는 절묘함도 잊지 않는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20분은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스릴러 영화로서 부족한 점이 없는 영화. 하지만 한편 15세 관람가를 받은 부분은 믿기 힘들다. 고어한 장면은 없지만 충분히 19세를 받을 만한 장면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런 부분들은 충분히 감안하고 관람을 결정해야 할 듯. 마지막으로 기독교 계열의 종교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연출과 별도로 관람이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필자는 곡성이 완벽한 영화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곡성은 불편한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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