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8, 빛이 찬란한 개살구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살구 열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더 시고 맛이 떫은 열매가 개살구 열매다. 헐리웃의 대표적인 케이퍼무비 시리즈인 오션스 시리즈의 오리지널 작품들이 살구 열매라면 <오션스8>은 그 겉모습만을 훌륭하게 따라 한 개살구 열매에 가깝다.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로 이어지는 주연진만 봐도 대부분의 영화팬은 <오션스8>의 관람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리아나, 헬레나 본햄 카터 등 영화를 가득 채우는 조연들까지 읊는다면 관객들의 기대치가 더욱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렇듯 <오션스8>의 화려한 배우진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힙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은 오리지널 오션스 시리즈의 남배우 군단에 비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연기 퀄리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산드라 블록과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영화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앤 해서웨이의 빛나는 외모는 관객들이 넋을 놓고 스크린을 바라보게 만드는 흡인력을 발휘했다.

1.jpg 배우들


이처럼 멀티캐스팅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배우진을 완성하며 오리지널 시리즈의 명맥을 이은 <오션스8>의 화려함은 분명히 합격점을 줄 만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함이 벗겨지고 드러난 내용물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그것을 적당히 베끼기는 했으나 리듬감과 재미가 모두 실종된 느낌이다. 뉴욕 한복판에 위치한 MET미술관에서의 한탕을 그리는 영화는 산드라 블록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극도로 부족한 가운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과정 또한 깔끔하기만 할 뿐 서사의 리듬감을 살려줄 위기나 변수가 너무 약해 배우들을 보는 재미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만한 관람 포인트나 케이퍼무비 특유의 긴장감이 없다. 더불어 여성 버전으로 바뀐 <오션스8>만의 특색이나 기존 시리즈에서 서사의 중간지점마다 중요한 윤활제 역할을 했던 캐릭터 간의 케미가 거의 전무한 영화는 캐릭터들이 모두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이 강하고 캐릭터들의 성별이 다름에도 기시감마저 들어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도 함께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2.jpg 내용물


결론적으로 <오션스8>은 기존 오션스 시리즈의 외관은 그럴싸하게, 어쩌면 더욱 화려하게 따라 했으나 그 내용물은 한참 떨어지는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물론 수많은 배우들의 열연과 스타일리시한 화면의 향연은 킬링타임용 팝콘무비로서 영화를 평가할 때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오리지널 시리즈가 선사했던 케이퍼무비의 즐거움과 배우진을 활용한 리듬감 있는 서사를 떠올린다면 <오션스8>을 한 편의 훌륭한 영화로서 소개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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