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A, 답답한 연출, 고립된 메시지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축구감독은 필드에서 직접 뛰지 않지만 경기에서 팀이 이기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영화감독도 다르지 않다. 화면에 직접 출연하진 않지만 완성도 있는 영화가 나오기 위해서는 감독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중생A>는 중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주인공 미래의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마래가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관계와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뜻 보기에도 서사가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는 <여중생A>는 개인적으로 영화의 서사에 녹아있는 메시지의 방향성에는 공감할 만 하나, 다양한 메시지 중 더 중요한 메시지를 선택하고 강조하는 일에는 선뜻 지지를 보내기 어렵다고 느꼈다. 나는 원작 웹툰을 일부만 보았기에 원작과의 완벽한 비교평가는 힘들겠지만 영화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점은 이경섭 감독이 웹툰이 말하고자 했던 방대한 메시지를 단 한 편의 영화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것,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에도, 다양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것에도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여중생A>가 비록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관계에 미숙한 중학생들의 시선을 통해 한 개인의 성장과 관계를 따뜻하게 표현하려고 했던 노력은 유의미했던 것 같다.

3.jpg 메시지


이처럼 <여중생A>에 유의미한 도전과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의 요소들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무엇보다 2016년 <곡성>의 소름 돋는 활약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역배우 김환희는 이번 <여중생A>에서 원탑 주연에 가까운 역할을 맡아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극 중 다양한 상황에서의 감정 표현과 자연스러움은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더불어 조연으로 출연한 수호, 유재상, 정다빈 등은 모두 교과서를 읽는 듯한 연기를 펼치며 시종일관 극의 흐름을 저해한다. 일부 어색한 상황에서의 대사처리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움이 떨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여중생A>에서 가장 아쉬운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들의 연기만이 아니다, 학교의 다양한 공간과 학교 외의 공간 또한 다채롭게 사용하는 영화는 공간에 정체성을 부여하지 못하고 그저 배우들이 서 있는 장소 그 이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배우들의 캐릭터는 각각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완성되기도 전에 뜬금없이 격한 대사로 표현되고 카메라의 움직임과 종합적인 연출은 투박하고 촌스럽기까지 해 이 영화가 학생영화가 아닌가 궁금할 정도였다.

1.jpg 연출


결론적으로 <여중생A>는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으나 답답한 연출과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에 메시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영화다. 어린 배우들의 노력과 다양한 메시지를 114분에 담아내려고 고민한 감독과 제작진의 노고에 대해서 감히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만은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웹툰과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라도 철저한 각색과 충분한 완성도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원작 웹툰 팬들은 물론 원작을 영화로 먼저 마주하는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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