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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Mr.폭스>에서 스톱모션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색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독보적인 감각과 연출력은 동일한 기법으로 제작된 <개들의 섬>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떤 감독을 떠올릴 때 같이 따라오는 단어들이 있는 경우가 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경우 '미장센'이 그런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카메라 앞에 놓이는 모든 요소들의 배열과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쓰이는 단어인 미장센은 다양한 색감과 소품들을 탁월하게 활용하는 웨스 앤더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개들의 섬>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미술팀의 작업이 화면을 수놓는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답게 하나하나 수제작된 각종 요소들은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에서 과할 정도로 사용되는 컴퓨터 그래픽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애틋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있다. 이처럼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이 뿜어내는 매력은 독특한 결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개들의 섬>의 주인공은 다양한 종과 색깔을 가진 개들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개들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사랑스럽게 창조되고 움직이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특유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특히 영화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치프와 다섯 마리의 개들은 각자의 매력을 품은 외모는 물론 브라이언 크랜스톤,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등 헐리웃의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가 더해져 한층 더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또한 극 중에는 고양이, 부엉이 등 개가 아닌 동물들도 등장하는데, 이들 또한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각자의 개성이 충만하고 사랑스러워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렇다 할 원작이 없는 <개들의 섬>의 서사에 빈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전히 영화를 위해 마련된 이야기는 딱히 불필요한 이야기를 흘리지 않고 배역들에게 정확히 자신의 자리를 일러준다. 덕분에 101분 동안 타이트하게 흘러가는 서사는 비교적 리듬감 있게, 그리고 방향성을 놓치지 않고 흘러간다. 이처럼 준수한 서사에서 개인적으로 단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면 '산만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개들의 이야기지만 초중반에는 판타지가 곁들여진 일본의 세계관과 등장하는 인간 캐릭터들의 이야기까지 곁들이는 영화는 중간중간 과거와 미래로 시간을 넘나드는 한편 플래시백의 사용도 잦은 편이어서 상당한 집중력을 가지고 서사의 퍼즐을 맞추지 않고서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개들의 섬>은 서사의 산만함이 조금 거슬리지만 웨스 앤더슨 특유의 감각과 디테일한 요소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매력적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쓰레기 섬의 쓰레기 하나, 동물들의 털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만들어낸 미술팀의 작업과 웨스 앤더슨 감독만의 색감이 듬뿍 담긴 영화는 보는 재미는 물론 적재적소에 재치 있는 웃음 포인트까지 잘 어우러져 누구라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