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과거의 토양 위에 꽃 피는 지금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과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즐겁지만 누군가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변산>은 후자에 위치한 주인공, 학수가 피할 수 없는 과거를 마주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는 영화다.


정말 간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답게 캐릭터가 살아있는 영화다. 서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한 배경 설명과는 거리를 두는 영화는 그럼에도 강력한 캐릭터 메이킹과 인물 간의 연결점을 통해 단단한 이야기를 완성한다. 초반에는 학수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는 극이 흘러갈수록 선미, 미경, 용대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다채롭게 활용하며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연결한다. 이런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수차례 사용되는 플래시백은 상당히 많은 횟수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관객들이 인물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캐릭터 위주로 영화를 흘려보내는 <변산>은 필연적으로 이야기의 시작점과 끝점이 불분명한 맹점 또한 드러내는데, 덕분에 서사가 앞으로 흘러간다는 느낌보다는 에피소드마다 통통 튀어 오른다는 느낌이 강했다.

2.jpg 연출


이런 캐릭터 중심의 영화 속에서 주연을 맡은 박정민과 김고은은 다행히 자신들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영화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특히 2018년 1월 개봉했던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던 박정민은 이번 <변산>에서도 구수한 사투리와 다양한 감정연기를 탁월하게 해내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 한편, 오랜 시간 연습했다고 밝힌 랩 실력 또한 준수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 또한 선사한다. 박정민이 극 중 중심을 잡고 있는 기둥에 가깝다면 계속해서 주변을 환기시키는 역할은 김고은에게 집중되어있다. 한동안 드라마에서의 활약 이후 오래간만에 영화로 복귀한 김고은은 특유의 발랄함과 개성을 선보이며 박정민과 함께 투탑주연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더불어 영화는 조연으로 출연한 장항선, 고준, 신현빈 등 대부분의 출연진도 두루 준수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탄탄한 인물 구성을 완성한다.

3.jpg 인물


결론적으로 <변산>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고향이라는 공간에 모여 만들어내는 화합의 장을 표현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목표점이 정해져있지 않다 보니 서사가 흘러가는 힘이 조금 약하기는 하지만,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내뿜는 케미와 랩을 활용한 연출은 재미있고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되고, 무엇보다 결코 밝지만은 않은 극 중 인물들의 과거를 토양 삼아 현재를 사는 그들이 서로 반목하고 나눠지기보다는 함께 모임으로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의외로 빵빵 터지는 웃음 포인트도, 신파까지는 아니지만 감동 포인트도 명확해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안하게 즐길만한 매력을 갖췄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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