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마블 영화의 완성도를 의심하지 않은지는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후로 나오는 솔로 무비들은 다소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앤트맨과 와스프>는 나의 예상을 비웃듯 가히 역대급 완성도의 속편이다.
<앤트맨과 와스프>와 개봉일이 많이 차이 나지 않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다소 어두운 결말을 보여주었지만 <앤트맨과 와스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개그를 선보인다. 118분의 러닝타임 동안 웃고 있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적은 것 같은 영화는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관객들의 배꼽과 입꼬리를 공략한다. 특히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칭찬할만한 부분은 크고 작은 모든 웃음들의 타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원초적인 말장난부터 콤비, 대사, 상황을 통해 끊임없이 터지는 웃음은 주연인 폴 러드 보다도 1편부터 함께한 조연, 마이클 페나를 통해 폭발한다. 서사의 흐름상 다소 진지한 부분에서도 계속해서 개그를 시도하는 영화는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웃음조차 캐릭터와 이야기에 충분히 녹아들도록 연출되어 아주 신선하지는 않지만 매우 만족스럽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단히 많은 히어로를 창조해낸 마블이지만 따지고 보면 닥터 스트레인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때려 부시는 능력 외에 연출적으로 독특한 능력을 지닌 히어로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번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마블이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이내이긴 하나, 시각적으로 새로운 부분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전편부터 연출을 이어온 페이튼 리드 감독은 영화 전반에 다양한 상황들을 펼쳐놓고 앤트맨과 와스프,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빌런인 고스트의 능력을 끊임없이 선보이며 비교적 신선한 액션 시퀀스들을 만들어냈다. 물론 앤트맨 능력의 특성상 엄청난 규모의 스펙터클이나 액션은 다소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 각각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액션신과 스케일은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태생적인 한계라고 말한다면 조금 비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앤트맨과 와스프>에 깊은 의미나 개연성 탄탄한 서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속 빈 강정처럼 액션과 웃음만 있고 서사가 엉망이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는 않다. 영화는 가족, 우정, 사랑 등 지금까지 마블과 디즈니가 끝없이 주창해온 각종 가치들을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버무려 영화 곳곳에 발라놓는다. 물론 그 깊이는 얕고, 표현되는 방식은 다소 유치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영화가 이토록 많은 가치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시청각적 재미까지 다 잡았는지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앤트맨과 와스프>는 상업영화적 완성도의 어느 지점에 도달했다고까지 생각된다.
물론 <앤트맨과 와스프>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관객들이 지적하듯 빌런으로 등장하는 고스트의 행동 동기나 임팩트가 다소 약했고 그 외에도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트맨과 와스프>를 뒤덮은 장점들은 이 영화의 단점들을 넉넉하게 무마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끝없이 터지는 순도 높은 웃음과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상황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각종 액션까지만 있어도 훌륭한 오락영화가 되었을 영화는 다양한 메시지를 서사 속에 녹여내고 앞뒤로 개봉하는 모든 마블 영화들을 깔끔하게 이어붙이는 다리 역할까지 해내며 오락영화 진화의 화룡점정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