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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관객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면 그 영화는 흡인력 있는 영화라고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흡인력 있는 영화가 항상 '재미'있는 영화인 것은 아니다.
<킬링 디어>는 흡인력이 대단히 뛰어난 영화지만 재미나 유머는 찾을 수 없는 영화다. 바싹 마른 사막을 걷는 듯 건조하고 침착한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 영화는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미스터리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때로는 고어하고 기괴하기까지 한 장면들은 관객들의 감정에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빈틈없이 불편함으로 가득 채운 서사와 종종 창의적인 연출의 조합은 관객들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필터 없이 생생하게 느끼도록 만들지만, 동시에 숨통이 조이는 듯한 답답함을 선사한다. 감독이 관객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듯 정교한 스토리텔링은 탁월했지만 숨을 쉴 수 없는 것이 유쾌할리는 없는 만큼 영화가 끝나고 남는 감정은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반가움보다는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 또는 불쾌감에 가까웠던 것 같아 아쉽다.
배경음이 매우 제한적으로 쓰이는 <킬링 디어>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날카로운 음악은 관객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배가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서사와 분위기에서 오는 불편함과는 별개로 <킬링 디어>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과 카메라 무빙은 놀랍도록 차분하고 우아하다. 특히 <더 랍스터>에 이어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다시 호흡을 맞춘 콜린 파렐은 주연으로서 응당 보여야 할 무게감과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여기에 나이를 잊은 니콜 키드먼은 아름답고 기품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극 중 가장 독특한 역할을 부여받은 배리 케오간 또한 제 몫을 다 해내며 출연진의 연기 퀄리티는 흠잡을 곳이 없다.
결론적으로 <킬링 디어>는 배우들의 호연과 치밀한 각본, 독특한 연출을 통해 수준 높은 불편함을 창조해낸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121분 동안 끊임없이 느껴지는 장르적 특성은 미스터리 공포물에 가깝다. 영화의 '복수'라는 키워드를 생각할 때 <킬링 디어>가 모든 방면에서 보여준 집요함은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였다고 생각되나 영화가 끝난 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집요하게 느껴지는 불편함은 썩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