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빠져들다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대중에게 익숙한 메뉴를 맛있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이고 익숙한 소재로 매번 명작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또 한 번 그 일을 해냈다.


시선

이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하는 것은 '시선'인 것 같다. 극 중 카메라가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봄꽃을 피우는 5월의 햇살처럼 따사롭기 그지없다. 주인공들이 힘이 들 때나 즐거울 때나, 심지어 범죄를 저지를 때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굳은 결심을 한 듯 단 한순간도 카메라의 온도를 낮추는 법이 없다. 묵묵하지만 따뜻하게 인물들을 감싸는 시선은 비교적 느리지만 치명적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신파와 달리 <어느 가족>이 전하는 감동은 가랑비처럼 마음을 적신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저 121분 동안 영화를 보았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은 온통 영화 속 가족들에게 빼앗긴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영화의 원제가 '도둑 가족'인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jpg 따뜻한


연기

좋은 영화에 좋은 연기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정말 좋은 영화일지라도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단 하나의 장면이 그 영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86년생의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연기한 후반부의 장면은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간혹 그런 순간이 있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순간, 내 모든 생각과 정신이 온전히 인물에게 이입되어 그저 바라보는 순간. <어느 가족>에서 안도 사쿠라가 선사한 순간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안도 사쿠라의 연기가 그처럼 뛰어났음에도 다른 모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빠짐없이 좋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죠 카이리와 사사키 미유, 두 명의 아역배우들은 <어느 가족>이 발견한 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jpg 안도 사쿠라


관계

따뜻한 시선과 좋은 연기만 있었어도 <어느 가족>은 충분히 괜찮은 영화였을 것 같다. 하지만 <어느 가족>이 명작인 이유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영화가 6명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가족을 통해 보여주는 '관계', 법적으로는 단 한 명도 가족이 아닌 가족이 서로를 위로하고 맞춰가며 나아가는 그 모든 순간이 이 영화의 백미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은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고, 낯설며 심지어 잘못되었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픔은 그 아픔을 당해본 사람만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기에 <어느 가족>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1.jpg 울림


명작

결론적으로 <어느 가족>은 평범한 소재인 '가족'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모든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따뜻한 시선, 훌륭한 연기에 더해 깊이 있는 메시지까지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는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우리가 정의하는 '가족'은 뭐냐고, 누군가에게 정말 '가족'같은 사람이 되어본 적이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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