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익숙한 음식을 신선한 그릇에 담다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영화의 서사가 내용물이고 연출이 외면이라고 한다면 <서치>는 이 속담이 잘 어울리는 영화다. 보기 좋은 연출은 서사를 더 맛있게 만든다.


신선한 연출

컴퓨터OS, 모바일, CCTV 등 100% 디지털 기기의 화면만을 통해 서사를 이끄는 <서치>의 연출기법은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화면 구성이 1시간이 넘는 영화에 온전히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하지만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이런 걱정을 비웃듯 유려하고 매끄럽게 모든 장면을 그려내며 연출공간이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극도의 몰입감과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서치>의 연출이 놀라운 부분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시도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영화의 서사를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화면전환과 속도감 있는 전개에 있다. 연출방법 자체에 빠져들지 않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초점을 맞춘 <서치>의 연출은 완전히 새롭고 아름답게 창조된 그릇이다.

연출


익숙한 서사

<서치>의 연출이 새로운 그릇이라면 서사는 관객들에게 다소 익숙한 음식에 가깝다. 사람들은 때로 익숙한 것은 별로인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찾는 음식은 고급 진 스테이크나 화려한 요리가 아닌 익숙하지만 '맛있는'음식이다. 그리고 <서치>의 이야기는 정확히 그 지점에 서 있다. 아주 새롭거나 독특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밥과 반찬이 짜임새 있게 차려진 한 끼 식사, 덕분에 관객들은 적당히 머리를 굴리고, 적당히 맛을 음미하며 영화가 시도하는 새로운 연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다시 한 번 얘기 하지만 <서치>의 각본은 새롭다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스릴러부터 드라마, 반전까지 알차게 구성된 서사의 전체적인 구성은 다소 진부할지언정 모자람은 없다.

서사


유쾌한 풍자

새로운 연출에 잘 담아낸 맛있는 서사만 있어도 한 편의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서치>는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영화 전면에 배치시키며 SNS가 지배하는 사회의 폐해와 문제점들을 유쾌하게 풍자해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현실과 맞닿아있는 서비스의 등장은 관객들의 공감을 극대화하는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하는데, 이런 SNS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삶에 매우 깊게 들어와 있음에도 지금까지의 영화들이 충분히 이런 영역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인터넷 요소를 통한 다양한 웃음의 유발은 <서치>의 연출과 서사와도 같은 선상에 있어 더욱 유효했던 것 같다.

풍자


멋지게 담아낸 맛있는 음식

결론적으로 <서치>는 익숙하지만 맛있는 서사를 새롭고 놀라운 연출로 잘 담아낸 영화다. 이 잘 차려진 식사에서 단연코 눈길을 끄는 것은 신선하고 멋진 그릇의 역할을 하는 연출이고, 이런 연출은 익숙한 서사의 맛까지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그릇이 멋지다고 해서 본질적으로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는 없는 법, 그런 점에서 데뷔작부터 새롭지는 않지만 충분히 훌륭한 서사를 연출에 담아낸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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