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 뼈대는 있으나 짜임새가 없다.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역사 속 인물을 평가할 때도 잘한 점과 못한 점이 나뉘듯 영화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기 마련이다. <물괴>는 나쁜 점이 조금 더 도드라지는 영화이긴 하나 아주 볼만한 가치가 없는 영화는 아니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인 물괴의 모양새나 완성도는 썩 나쁘지 않다.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크리처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물괴>의 크리처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움직임과 형태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괴가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영화가 물괴에게 부여하는 아이덴티티는 표면적이고 얕아서 관객들이 온전히 물괴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엔 한계가 있다. 극의 앞뒤로 이럭저럭 이야기를 짜 맞추려는 노력은 보이지만 105분의 짧은 러닝타임은 물괴에게 온전한 정체성을 부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더불어 물괴 자체의 만듦새는 준수하나 사람과의 전투에서 드러나는 독특함이나 다채로운 연출은 충분하지 않아 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

2.jpg 아쉬움


한편 영화의 서사는 큰 흐름에 있어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서사가 단순히 뼈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뼈대를 받쳐줄 살과 핏줄이 얼마나 촘촘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느냐 하는 부분인데, <물괴>의 경우는 이런 디테일과 완성도가 상당히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행동이 개연성보다는 상황에 맞추기 위해 취해진다는 느낌이 강하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독특하고 매력 있게 다가오기보다는 충무로에서 지금까지 봐왔던 사극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한 줌씩 성의 없이 합쳐져버린 느낌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물괴에도 사람에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이야기 주변을 방황한다.

1.jpg 방황


결론적으로 <물괴>는 영화의 모든 요소마다 나름의 뼈대는 가지고 있으나 그 디테일과 완성도에 있어서는 다방면으로 아쉬움을 드러낸다. 특히 15세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어한 장면이나 이미 많은 관객들이 지적하고 있는 혜리의 부족한 연기는 영화에 집중해 보려는 관객들의 노력을 가뜩이나 힘겹게 만든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물괴>에 장점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바, 상영시간을 소폭 늘리고 서사의 리듬감과 캐릭터 메이킹에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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