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액션만은 인정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한 가지만 잘해서 좋은 영화라는 평가를 들은 영화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잘해서는 좋은 영화라는 평가를 듣기가 아주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스크린에서는 자주 다뤄진 적이 없었던 고구려 시대, 안시성 전투를 소재로 가져온 <안시성>은 일단 스케일에 있어서는 충무로에서 제작했던 사극 액션영화 중 가장 웅장한 스케일을 선보인다. 기존에 익숙하게 보아왔던 칼과 활을 이용한 액션은 물론, 도끼, 창과 함께 각종 공성무기를 활용한 전투를 펼쳐놓는 영화는 단순히 여러 종류의 무기가 등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상황과 연출로 전투신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더욱이 액션신을 소화하는 배우들 또한 상당히 숙달된 몸놀림과 준수한 연기력을 선보여 제대로 된 사극 액션영화를 기다렸던 관객이라면 <안시성>의 액션신은 분명히 볼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2.jpg 액션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시성>의 관람 가치는 여기까지다. 135분이라는 상당한 길이의 러닝타임을 소유한 영화는 역사적 고증을 비교적 철저하게 따르기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이야기가 너무 늘어져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 부분은 지루하고, 등장인물들의 숫자에 비해 캐릭터에 부여되는 정체성은 너무나 표면적인 나머지 감정이 이입되어야 하는 장면에서도 그저 강 건너 불구경 보듯 인물들의 감정이 와닿지 않는다. 설상가상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원탑주연 조인성은 당황스럽게도 사극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연기력을 선보여 관객들의 집중력은 기준점을 잃고 방황한다. 액션신을 제외한 요소들 중 그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이라면 그럭저럭 제 몫을 다 해주는 조연들과 걱정과 달리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인 설현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1.jpg 배우들


결론적으로 <안시성>은 대규모 전쟁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신의 퀄리티는 훌륭하게 연출해냈지만 결국 ‘좋은 영화’가 되기 위한 대부분의 요소들은 크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끈끈하게 엮고 전투와 전투 사이의 서사에 속도감을 살렸다면 상당한 수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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