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목표만 남은 서사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인물이 많을수록 이야기는 퍼지기 쉽다. 그럼에도 그 모든 인물의 이야기가 각개의 지류로 퍼져 나가지 않고 하나의 큰 물길로 합쳐지는 것이 좋은 서사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명당>의 서사는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리고 그 많은 이야기에 강약이 없어 이 영화가 가장 중요하게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물들은 강렬하기만 할 뿐 입체적이지 못해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인물이 이해되기보다는 거북하다. 큰 틀에서 볼 때 이야기가 목표하는 곳이 어딘지는 알겠는데 지류가 너무 많아 관객들의 눈과 귀는 산만하게 흩어져 바다에 도착했을 때 정작 우리가 따라온 강물은 그저 난잡했다는 기억밖에 남지 않는다. 모든 강물은 바다로 향하게 마련이다. 관객들 또한 그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한 편의 영화가 강물이라면 목표가 동해인지 서해인지보다는 그 과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려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jpg 서사


역학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명당>이 앞선 두 편의 영화 중 특히 <관상>과 비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절대 비교를 하자면 서사도 인물도 <관상>이 더 나았지만 그나마 <명당>이 엉망진창에 소재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서사를 가지고도 <관상>과 비교해 대등한 구석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배우들이다. 서사의 구조상 주조연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는 영화에서 조승우, 지성, 김성균, 백윤식 등 이미 출중한 기량을 인정받은 배우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구현해낸다. 물론 앞서 말했듯 이미 서사가 한정 지어버린 평면적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으나 배우들의 연기만은 나무랄 대가 없었다. 한편 초선 역의 문채원은 지금까지의 국내 영화들과 비슷하게 큰 의미 없이 소모되는 듯 사용되는 모습을 보여 여전히 충무로가 여성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식의 한계점만을 드러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1.jpg 배우들


결론적으로 <명당>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의 산만함과 소재를 살리지 못한 서사와 캐릭터의 밋밋함으로 최선을 다한 배우들의 열연마저 무색하게 만든 영화다. 괜찮은 소재와 배우들이 있었음에도 목표만을 향해 각자 갈 길을 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재미도, 깊이도 잡지 못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안시성, 액션만은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