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편한 만큼 뻔하다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오래된 친구를 만나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뻔하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곰, 푸와 친구들이 그렇다.


익숙한 소재는 항상 중립적이다. 이 말은 여러 번 사용된 소재도 연출과 연기 등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충분히 좋은 영화로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도, 이야기가 결말로 향하는 과정도 가족영화의 전형을 답습할 뿐 전혀 새로운 구석을 찾기 힘들다. 또한 관객들이 당연히 등장인물들의 모든 성격과 관계의 역사까지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시작되는 영화는 크리스토퍼 로빈은 물론 푸와 친구들에 대한 정보 또한 넉넉하게 제공하지 않아 불친절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3.jpg 서사


이처럼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서사에 큰 공을 들이지 않은 티가 곳곳에 드러나지만 사랑스럽고 편안한 영화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실사로 마주하는 푸와 친구들이 초반에 다소 어색하기는 하지만 원작 만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대사와 상황 구성은 관객들을 추억으로 빠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과 다시 만난 친구들이 펼치는 모험은 진부하고 신선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렇기에 더욱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의 대사에 집중되어 있는데 엉뚱한 것 같지만 따스하고, 의도치 않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둘의 대화는 영화의 부족한 서사적 완성도를 잔잔한 파도처럼 덮어버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1.jpg 대화


결론적으로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완성도 높은 가족영화는 아닐지라도 캐릭터를 영리하게 활용한 따뜻한 영화임에는 확실한 것 같다. 우리가 편한 친구를 만날 때 그 친구와 무슨 얘기를 하게 될지, 어떤 모습일지를 잘 알고 있어도 실망하거나 따분하지 않은 것처럼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강력한 캐릭터 파워는 영화의 진부하고 뻔한 서사마저 편안하고 정겹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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