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아포칼립스,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메튜 본 감독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 데이스 오브 퓨처 패스트는 죽어가던 엑스맨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프리퀄'이라는 소재만으로 이토록 영화가 살아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종국에 와서는 다음 엑스맨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필자는 엑스맨 시리즈를 모두 챙겨봤다. 휴 잭맨의 울버린으로 대표되는 엑스맨 영화 시리즈는 사실 3편을 거치며 목숨이 위태로웠다. 2006년 넘버링 시리즈 3편을 끝으로 고심을 거듭하던 엑스맨은 2011년 매튜 본 감독의 손에서 프리퀄로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평단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 속에 2014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까지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한 엑스맨은 아포칼립스에서 초심을 많이 잃은 듯하다. 프리퀄에서 중심이 되었던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앞으로 엑스맨을 이끌어 가야 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모두 더하는 것은 과식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자연히 영화는 산만하고 초점을 잃었다. 악역인 아포칼립스는 원작보다도 너무 약해진 것은 고사하고 매력조차 없다. 그나마 2016년 영화인가 싶은 복장마저 더부룩한 느낌을 더하며 필자에게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프리퀄 최악의 영화로 남을 것 같다.

아포.jpg 매력이 없다..


배우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를 거치며 높은 인지도를 쌓아 올린 제임스 맥어보이나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편 새로운 주역들인 타이 쉐리던이나 소피 터너는 아직은 어색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럭저럭 제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아포칼립스에는 거진 12명의 돌연변이가 출연하며 제각각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잘 엮는다는 것은 어쩌면 애당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시빌워처럼 영웅 한 명 한 명이 이미 개별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원작의 힘을 빌어 모든 영웅들을 때려 넣은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그저 영웅 모음집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엑1.jpg 양보단 질을 원했지만,


그나마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남긴 유일한, 하지만 중요한 미덕은 다음 세대 엑스맨들을 위한 견고하고 탄탄한 배경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리퀄의 주역들은 대부분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고 스콧과 진 그레이를 필두로 한 프리퀄 이전의 엑스맨들이 다음 시리즈의 바통을 물려받는 형태를 완성했다. 결론적으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프리퀄의 마지막 작품이기보다는 다음 시리즈를 위한 교두보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며 한편의 영화로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시빌워에서 마블이 보여주었던 밸런스 조정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며 엑스맨 영화 시리즈의 고질적 문제인 캐릭터 간 밸런스 붕괴의 문제점을 남겼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 시리즈의 감독이 과연 어떻게 엑스맨을 풀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프리퀄이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만 충실히 완수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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