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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닐 암스트롱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도 훌륭한 이야기꾼의 손을 거치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위플래쉬>에서도 <라라랜드>에서도 데이미언 셔젤은 항상 사람에 대해 얘기해왔다. <위플래쉬>에서 드럼이 앤드류를 드러내는 도구였다면 <라라랜드>에서 재즈는 세바스찬과 미아를 엮어주는 도구였다. <퍼스트맨>에서도 데이미언 셔젤은 여전히 사람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에게 달은 닐 암스트롱의 얘기를 들려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영화는 141분이라는 대단히 긴 시간을 대부분 닐 암스트롱의 얘기를 하는데 사용한다. <퍼스트맨>이 전작들과 다른 점은 주인공이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서사의 도구가 음악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그 모든 변화 속에는 데이미언 셔젤만의 색이 녹아있고, 그 디테일함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닐 암스트롱에 대해서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전작들과 동일하게 그 메시지는 섬세하고 완성도 있게 전달되었다.
<카포티>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부터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만까지 전기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주연상을 수상한 전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결과들은 전기영화에서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닐 암스트롱은 데이미언 셔젤이 목표했던 지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달에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암스트롱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암스트롱이 느꼈을 그 수많은 생각과 감상을 표현해낸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라라랜드>이후 다시 한 번 라이언 고슬링을 선택한 이유를 납득하게 만든다. <퍼스트맨>이 달에 가는 과정에 대한 얘기가 아닌 닐 암스트롱 그 자신에 관한 얘기이기에 라이언 고슬링의 역할은 극 전체를 장악해야 하는 역할이었고 그는 차분하지만 넉넉하게 영화 전체에 스며들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착실하게 시간순으로 전개되는 <퍼스트맨>은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호흡을 들이마시고 뱉어야 하는 순간을 기민하게 알고 있다. 혹자는 영화가 다큐멘터리 같다고 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데이미언 셔젤은 팩트를 논리 정연하고 설득력 있게 나열하지 않는다. 시간은 순서대로 흐를 뿐 닐 암스트롱에게 중요하지 않은 시간들은 과감하게 스킵 되는 한편 그가 겪은 사건들과 주변 인물들은 일순간 전기영화의 틀을 벗어나 드라마틱 하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물론 영화가 길다 보니 심호흡하듯 길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부분이 지루하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 것은 물론, 닐 암스트롱이 우주를 여행하거나 훈련을 이겨내는 장면들에서는 충분한 수준의 동적인 연출도 존재해 영화를 전체적으로 두고 봤을 때는 긴 러닝타임이 낭비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간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도 <퍼스트맨>이 보여주는 화면과 클라이막스가 <라라랜드>나 <위플래쉬>의 그것과 많이 다르고 어떤 부분에서는 아쉽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의 장르와 방향성을 생각한다면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선택한 연출법은 탁월했다고 생각된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미술적인 디테일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퍼스트맨>은 이 부분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고증이 맞고 틀리고를 100% 알면서 볼 수 없는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소품과 세트는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준비되었다는 느낌을 충분히 전달한다. 한편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답게 배경음이 사용되는 방식의 섬세함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퍼스트맨>에서 사용되는 모든 음악들은 매 장면들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내며 서사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특히 음악의 경우 어떤 부분에서는 서사를 압도할 정도로 강렬한 모습을 선보이며 이야기의 흐름에 층을 만든다.
결론적으로 <퍼스트맨>은 인류 중 처음으로 달에 간 닐 암스트롱의 얘기를 통해 어떤 교훈을 전달하기보단 닐 암스트롱이 그 과정을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성장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하며 비슷한 감상을 느끼길 바랐고, 누군가는 미국의 성공적인 달 탐사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느끼길 원했을지 모르지만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닐 암스트롱에게 집중했고, 자신의 다양한 능력들을 골고루 녹여낸 전기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개인적으로 닐 암스트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미국의 달 탐사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퍼스트맨>이 보여준 닐 암스트롱의 삶은 충분히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