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완벽한 과정을 망친 결론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해피엔딩, 배드엔딩, 오픈엔딩 등 영화의 끝을 표현하는 단어는 많지만 영화의 시작이나 중간을 표현하는 단어는 없다. 사람 일이 그렇듯 영화 또한 그만큼 결론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완벽한 타인>은 그런 점에서 심히 아쉬운 영화다.


완벽한 과정

시작과 함께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겠다. <완벽한 타인>이 보여준 과정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영화가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원작 영화에 기반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적인 소재와 감성을 절묘하게 녹여낸 대사와 빈틈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는 원작 여부와 상관없이 관객들에게 엄청난 재미와 소소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더불어 좁은 공간에서 115분 동안 거의 모든 장면이 대화를 통해서만 연출되는 <완벽한 타인>은 7명의 주연배우들을 맛깔나게 요리하며 좁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캐릭터버스터적인 면모까지 뽐내며 주어진 러닝타임을 어떤 영화보다 알차게 사용한다. 이처럼 <완벽한 타인>의 서사는 적어도 과정에서는 자신이 목표한 모든 것들을 달성한다. 웃음, 감동, 심지어 약간의 교훈과 생각할 거리까지, <완벽한 타인>의 과정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1.jpg 과정


완벽한 배우

<완벽한 타인>의 이런 완벽한 과정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배우로 귀결된다.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 앉아있는 7명의 배우들이 영화적 요소의 거의 전부인 <완벽한 타인>은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까지 정말 한 명도 빠짐없이 제 몫을 다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배우는 의심의 여지없이 유해진이었다. 다소 진지한 상황부터 코믹한 순간은 물론 밑도 끝도 없이 난감한 순간까지 모든 순간을 표현해내는 유해진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 틈에서도 단연 가장 빛나는 주연이었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한 모든 순간들은 유해진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했기에 비로소 다양한 색깔의 살아있는 감정으로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었다.

3.jpg 배우


완벽한 웃음

대한민국의 정통 코미디 영화들이 순도 높은 웃음을 주지 못한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한동안 충무로 코미디 영화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법의 대부분은 1차원적인 수준의 저질 개그거나 말장난에서 유발되는 억지웃음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한 타인>이 선사하는 웃음은 완벽한 서사가 완벽한 배우들을 만나 완벽한 웃음 포인트를 찾았을 때만 나올 수 있는, 그야말로 순도 100%의 웃음이다. <완벽한 타인>은 함부로 배우를 소모하며 웃기지 않는다. 배우들의 캐릭터는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릴수록 더욱 다면화되고 깊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캐릭터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웃음은 시원하고 즐겁다. <완벽한 타인>의 장르는 드라마 코미디지만 개인적으로 코미디라는 단어에 볼드효과를 주는 것이 더 정확한 장르 표시가 아닐까 생각된다.

4.jpg 웃음


그리고 결론

결론적으로 <완벽한 타인>은 서사와 배우, 그리고 유쾌한 웃음까지 모든 것을 갖춘 명작이 될 뻔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완벽 한 타인>의 결론은 앞서 나열된 모든 요소들을 희석시켜버릴 만큼 충격적이었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드러나는 결론이었지만 그 결론이 표현되는 방식은 편협하고 뜬금없는 것은 물론, 관객에 따라서는 전혀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또한 영화가 열심히 달려온 서사와 결론은 전혀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해 마지막 10분은 혼돈의 카오스와 다를 바 없었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완벽한 타인>이 보여준 모든 요소들이 지금까지 봐온 한국 영화들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너무나 좋은 것들이었기에, 과연 영화가 지속해온 모든 과정을 부정하면서까지 이런 결론을 내려야 했는지 대단히 아쉬울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퍼스트맨, 닐 암스트롱의 성장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