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 바다에서 시작된 DC의 반격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영화 콘텐츠에 있어 마블보다 몇 걸음이나 앞서있던 DC코믹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이후 끔찍할 정도로 깊은 암흑기를 걸었다. 마블이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성공을 거두는 동안 DC는 개봉하는 영화마다 혹독한 혹평을 마주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바다에서부터 DC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DC의 구세주, 제임스 완

많은 감독들이 DC라는 최고급 재료에 눈독을 들였다. 요리 좀 해봤다는 감독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었지만 아무도 해내지 못했다. 제임스 완은 재료의 속성을 정확하게 간파했다. 그는 관객들을 압도하는 방법을 안다. 공포영화는 기본적으로 관객들을 장악하지 않고서는 진행할 수 없는 장르다. 관객들의 집중력이 세어 나가는 순간 스크린이 뿜어내는 공포는 화면 속에 갇힌다. 제임스 완은 반대로 관객들을 스크린에 가둬버린다. 그리고 그 실력은 <아쿠아맨>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물 흐르는 듯한 화면전환과 힘을 줘야 하는 지점을 알고 있는 제임스 완의 연출은 파도처럼 관객들의 마음을 몰아치다가 한순간에 심해처럼 깊은 감동까지 선사한다. 모두가 기다렸던 요리사, 제임스 완은 DC의, 그리고 관객들의 구세주다.

4.jpg 제임스 완


은행을 갈아 넣은 비주얼 폭격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심지어 직접적 경쟁자인 마블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면서도 이 정도로 비주얼이 화면을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아틀란티스의 모습과 태풍이 몰아치는 듯한 전투씬, 무엇보다 화면을 가득 채워버리는 수중생물들은 이미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깐깐해진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히어로 중에서도 물량공세를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히어로, 그리고 그 능력이 화면으로 펼쳐졌을 때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는 히어로, DC가 작심하고 부어 넣은 돈은 아쿠아맨을 만나 그 가치를 톡톡히 해낸다.

3.jpg 비주얼 폭격


아쿠아맨, 그리고 앰버 허드

인기 미드 시리즈, <왕좌의 게임>에서 짧게 등장한 후 여전히 '칼 드로고'로 더 유명한 제이슨 모모아는 드디어 인생 배역을 찾은 것 같다. 이미 마블의 많은 히어로들이 배역과 배우 간 완벽한 케미를 발산하는 것에 비해 여전히 그 부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는 DC기에 제이슨 모모아와 아쿠아맨의 환상적인 케미는 더욱 반갑다. 약간은 장난기 있고,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고뇌하지만, 마냥 진지하지만은 않은 제이슨 모모아의 연기는 아쿠아맨을 적당히 신선하고 흥미로운 영웅으로 포장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편 제이슨 모모아가 관객들의 마음을 책임지는 동안 앰버 허드는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붉은색 머리와 함께 가장 중요한 조연, 메라를 연기하는 앰버 허드는 제이슨 모모아가 자신을 아쿠아맨으로 덮는 동안 메라를 자신으로 덮어버린다. 시종일관 매력적인 외모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 앰버 허드는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코스튬까지 자신만의 매력으로 승화시키며 <아쿠아맨>최고의 씬 스틸러로 활약한다.

2.jpg 제이슨 모모아와 앰버 허드


바다에서 시작된 DC의 반격

결론적으로 <아쿠아맨>은 매력적인 배우들과 화려한 비주얼, 그리고 무엇보다 제임스 완의 완성도 높은 연출로 태어난 DC의 역작이다. 물론 다채로운 화면에 비해 평면적으로 흘러가는 서사와 몇몇 유치한 설정들은 아쉬움이 남지만, 적어도 제임스 완은 관객들이 참치 뱃살로 매운탕보다는 회를 먹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강점을 잘 포장함으로써 단점까지 압도해버린 <아쿠아맨>은 분명히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의 잣대로 보더라도 준수한 블록버스터다. 마블이 이미 수많은 작품들을 성공시켰기에 아직은 섣불리 DC의 성공적인 반격을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DC의 재료가 마블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은 자명하기에 바다에서 시작된 DC의 반격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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