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그럭저럭 잘 만든 영화는 많다. 그중에 감동을 주는 영화는 많지 않다. 그리고 감동을 줄 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는 굉장히 적다. <그린 북>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연기를 잘하는 두 배우가 만났을 때 항상 좋은 시너지가 발생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린 북>에서 만난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는 자신들의 만남이 운명이었던 것 마냥 넘치는 케미를 발산한다. 영화 내내 여러 공간을 배경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사를 이끄는 두 남자는 전혀 교집합이 없는 두 배역을 연기하며 완벽하게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인다. 단순한 몸짓부터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사, 혹은 폭발적인 감정까지 모두 스크린에 뿜어내는 두 배우는 모든 상황에서 자신들이 보여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동시에 단 한순간도 기품을 잃지 않는다. 130분을 온전히 자신들의 연기로 가득 매운 두 남자는 관객들에게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를 발견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들은 온전히 배역 그 자체였다.
1962년 미국 남부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린 북>은 두 남자의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담아낸다. 영화는 토니 립과 돈 셜리의 관계를 든든한 기둥 삼아 인종차별, 가족의 의미 등 다양한 주제를 넓지만 경박하지 않게 풀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그린 북>의 서사가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쉽게 판단하거나 선을 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 이는 피터 패럴리 감독의 세심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영화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의 연기 또한 무게감이 충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그린 북>의 서사는 로드무비로서의 정체성도 결코 놓치지 않는데, 앞서 언급한 다양한 주제들을 모두 얘기하면서도 두 남자의 성장까지 넉넉하게 조명하며 완벽에 가까운 서사를 완성한다.
좋은 감독은 응당 좋은 이야기꾼이어야 한다. 그리고 영화에 있어서는 그 이야기가 화면에서 얼마나 전달력 있게 표현되는지가 중요하다. 다양한 코메디와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연출했던 피터 패럴리 감독은 자신의 필모를 통해 관객들을 울리고 웃겨야 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에 의해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었던 <그린 북>은 피터 패럴리 감독의 연출과 편집에 의해 웃음과 눈물이 모두 담긴 다채로운 매력의 드라마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 전체에서 느껴지는 피터 패럴리 감독 연출의 특징은 서사와 연기가 세련되고 거부감 없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어떤 장면도, 어떤 대사도 경박하거나 투박하다는 느낌이 없다. 덕분에 <그린 북>이 보여주는 모든 순간들은 강렬하지만 섬세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론적으로 <그린 북>은 좋은 배우, 이야기, 연출까지 삼박자가 두루 어우러져 마음을 움직이는 로드무비다. 여기서 결국 <그린 북>의 장르적 정체성이 '로드무비'라는 것은 중요하다. 로드무비는 기본적으로 목적지보다 여행의 과정이 중요한 영화 장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린 북>은 두 남자의 여행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완벽하게 풀어내고, 두 남자의 성장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결국 관객들의 생각까지 성장시키는 놀라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