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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an 26. 2019

극한직업, 생활밀착형 개그의 승리

column review

Intro

'코미디'라는 장르는 사실 어느 영화에나 조금씩 묻어있다.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도, 잔잔한 드라마에도, 심지어 공포영화에도 '웃음'이 빠지면 어딘지 영화가 딱딱하다. 그렇기에 코미디 영화가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병헌이 찾은 웃음 공식

2014년 <스물>로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줬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만한 대표작이 없었던 이병헌 감독은 드디어 자신만의 웃음 공식을 찾은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말장난을 중심으로 적당한 몸 개그와 패러디까지 다양한 개그를 버무린 이병헌 감독은 무엇보다 개그가 치고 들어와야 할 타이밍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극한직업>이 선보이는 개그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하지 않게 포함된 트렌드와 시대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익숙한 개그도 '식상한 것'이 아닌 '편안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이병헌


가장 한국적인 서사

이처럼 기교와 덧칠로 만들어낸 웃음 포인트가 훌륭하게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극한직업> 곳곳에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영화의 서사만을 놓고 보자면 심하게 말해 진부하고 클리셰 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잠복수사하는 마약반, 누군가와 모종의 거래를 앞둔 악당까지. 하지만 이병헌 감독은 애초에 관객들을 생각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관객들에게 익숙한 서사를 장판처럼 깔아놓고 '치킨집'이라는 대단히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마련한다. 소재와 배경까지, 모든 영역에서 가장 한국적인 요소들로 구성된 영화는 관객들의 공감 속에 비교적 수월하게 웃음을 이끌어낸다.

공감


최적의 캐릭터 조합

다수의 배우가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극한직업>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조합은 가히 역대급 밸런스를 선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표면적으로 류승룡이 주연이긴 하나, 진선규, 이하늬, 이동휘에 공명까지 팀원으로 등장하는 멤버들의 비중은 거의 동일하고 그 매력 또한 출중해 캐릭터에서 유발되는 웃음이 상당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병헌의 캐릭터라이징 방법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처음부터 그 캐릭터를 정의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이해되도록 만드는 부분, 그리고 단 한 명도 소모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등장 시간뿐만 아니라 그 역할까지 세밀하게 엮어낸 기술은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악역으로 출연하는 신하균과 오정세까지, <극한직업>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연기에 있어서도 자신의 몫을 출중히 해내며 단단한 영화를 완성했다.

조합


생활밀착형 개그의 승리

결론적으로 <극한직업>은 생활밀착형 소재와 훌륭한 배우들의 열연, 이병헌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진 본질에 충실한 코미디 영화다. 아주 고급지다고 말할 순 없지만 편안하고, 새롭다고 할 순 없지만 어디서 웃겨야 할지 정확히 아는 <극한직업>은 장르적 본질에 충실한 영화가 얼마나 즐거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잔뜩 힘주고 웃기는 영화가 아닌 일상에서 터지는 웃음 코드를 활용한 이병헌의 코미디가 앞으로도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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