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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01. 2019

뺑반, 팥 빠진 붕어빵

fresh cloud

Intro

무려 4년 전이지만 한준희 감독이 연출한 <차이나타운>을 대단히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제작비가 늘어나며 초심을 잃은 것일까, 같은 감독이 연출한 <뺑반>은 겉만 번지르르할 뿐 속은 비었다.


그럴싸한 예고편과 화려한 출연진으로 진작부터 기대를 모았던 <뺑반>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영화였다.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확장성 좋은 소재를 들고 나왔음에도 전반적인 서사는 클리셰와 진부함 투성이, 잘 만든 신파는 재미라도 있지만 <뺑반>이 답습하는 신파와 한국식 기승전결은 뻔하다 못해 중반 이후로는 영화관에 앉아있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흡인력이 바닥을 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대했을 화려한 차량 추격씬이나 다채로운 액션은 몇 장면 등장하지도 않는 것은 물론 그 퀄리티 또한 기대에 반도 못 미치고, 뜬금없이 파고드는 드라마와 낄 때 못 낄 때 가리지 못하는 진지함은 관객들이 어디서 어떤 감정으로 영화를 봐야 할지 좀체 감을 잡지 못하게 만든다.

실화냐


영화의 모든 면이 총체적 난국인 가운데 배우들의 캐릭터 또한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 와중에도 유독 류준열의 눈빛만은 강렬하게 살아있었다. 비슷한 지분의 공효진과 조정석이 그럭저럭 괜찮은 연기를 선보임에도 평면적이고 매력 없는 캐릭터에 잡아먹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동안 뺑반의 에이스 역으로 열연은 펼치는 류준열만은 홀로 살아남아 133분을 도둑맞은 관객들의 유일한 위안이 된다. 영화의 핵심 캐릭터 중 주연급으로 발돋움한지는 가장 짧은 시간이 지났지만 <뺑반>에서 보여준 류준열의 화면 장악력은 이미 돌아선 관객들의 마음을 어쨌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위안


결론적으로 <뺑반>은 류준열의 연기를 제외하면 팥 빠진 붕어빵처럼 겉만 멀쩡한 오락영화다. 그리고 더 문제인 것은 그 '겉'조차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멍투성이라는 사실이다. 애당초에 서사와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면 껍데기라도 확실하게 만들어 한 마리 토끼라도 잡았어야 했음에도 <뺑반>은 그 한 마리 토끼마저도 잡는 '척'만 하는데 그치며 관객들에게 허탈함과 분노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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