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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24. 2019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진하고 깊은 사랑과 전쟁

column review

Intro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는 항상 결말보다 과정에 집중해왔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또한 결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 과정만은 어떤 영화보다 진하고 깊은 영화다.


진하게 연기하는 배우들

베니스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쓸어 담고 있는 올리비아 콜맨이 연기한 앤 여왕은 내가 지금껏 감상해본 영국 여왕 중 가장 매력적이고 다채로운 캐릭터였다. 권위, 분노, 슬픔, 무기력, 즐거움, 상실 등 이번 영화에서 그녀가 보여준 감정의 스펙트럼과 깊이는 한 명의 배우가 한 편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모든 장면에서 관객들을 진하게 빨아들이는 올리비아 콜맨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캐릭터가 아닌 독보적인 앤 여왕, 그 자체를 창조해 냈다. 반면 앤 여왕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애비게일과 사라를 연기한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는 주연에 필적하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조연과 주연의 경계를 허문다. 그리고 이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진한 하모니는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즐거움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배우들


깊이 있는 연출

앞서 언급한 세 배우가 온전히 영화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한층 흥미로운 작품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전작들부터 돋보였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연출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관객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프레임을 벗어나는 란티모스 감독의 카메라 사용법은 대단히 신선한데, 이번 작품 또한 궁전의 공간감을 극대화하는 와이드 앵글과 다양한 카메라의 이동은 영화가 18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대단히 세련된 느낌을 풍기게 한다. 더불어 촛불과 자연광을 백분 활용한 장면 연출은 서사에 깊이 있는 향기를 더하며 모든 장면들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연출


진하고 깊은 과정

이처럼 명배우들과 명연출이 합쳐진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과정을 선보인다. 극의 초반부터 강렬하고 함축적으로 캐릭터를 소개하는 영화는 서사의 어느 지점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달리는 경주마처럼 텐션을 유지한다. 상당히 빠른 템포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영화는 디테일을 버리거나 적당히 이미지로 얘기하려는 허점을 보이지 않는 점, 작은 요소 하나도 충분히 서사에 녹여내고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 뿐 아니라 웃음까지 이끌어내는 지점에서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전작들보다 한층 더 성장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과정


사랑과 전쟁

결론적으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영국판 사랑과 전쟁의 깊은 맛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훌륭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관람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외에도 출중한 연출과 함께 의외로 서사의 대부분이 실화에 바탕했다는 점을 생각하며 인물들의 결정들에 몰입해본다면 더욱더 재미있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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