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차는 에쿠스, 엔진은 소나타

fresh review

Intro

아는 것이 100이라고 해서 남에게 전달할 때도 100이 전달되리란 보장은 없다. 장재현 감독은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가 온전히 그것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나는 <사바하>가 장재현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보다 나아간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모두 존재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선 누가 봐도 광범위하게 녹아있는 오컬트 지식과 각종 종교에 대한 지식들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전문용어는 물론 나름의 개연성까지 두루 갖춘 영화의 배경 스토리는 한국에서 과연 이런 영화가 나왔단 말인가, 라는 감탄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주연이 너무 무력하고 많은 수의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서사를 끌고 가는 캐릭터는 없다는 점, 불교와 기독교의 세계관을 엮어내며 이야기가 너무 커진 나머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영화가 된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아쉬움

특히 이정재, 박정민, 유지태 등 <사바하>가 꾸린 주조연진은 상당히 화려하지만 극 중 도드라지는 활약을 펼치는 인물은 전무하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인물은 최근 <극한직업>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던 진선규 정도. 또한 극의 중간중간 분위기를 풀어주는 웃음과 영화의 흐름에 썩 어울리는 공포스러운 장면의 삽입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이야기 전체를 두고 보았을 때는 중반 이후로 탄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 재미있다는 느낌보다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압도적이었다.

그나마

결론적으로 <사바하>는 이야기의 무게는 에쿠스였으나 그 이야기를 끌고 갈 엔진인 연출과 배우들은 소나타에 불과한 아쉬운 영화다. 분명히 신선한 소재가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누구 하나 딱히 부족하진 않았지만 한 편의 영화로서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쉽지만 적어도 나에게 <사바하>는 장재현 감독의 출중한 잠재력을 확인한 영화, 딱 그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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