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Mar 08. 2019

캡틴 마블, 어쨌거나 수작

column reivew

Intro

주연배우의 캐릭터 어울림 유무부터 언행까지, 아마 <캡틴 마블>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마블 영화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영화였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결과물의 퀄리티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마블 영화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브리 라슨

2015년 <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브리 라슨은 연기력에 있어서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탑 클래스였지만 현란한 액션 연기를 해내기엔, 특히 마블 코믹스 전체 세계관을 통틀어 보더라도 가장 강력한 히어로 중 한 명이자 날렵한 외모를 자랑하는 캡틴 마블을 연기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분명히 브리 라슨의 외모는 원작의 캡틴 마블을 아는 사람이라면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보기 어렵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브리 라슨의 연기력은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때려부시거나 악을 징벌하는 것 이상의 이야기와 깊이를 가진 <캡틴 마블>속 주연으로서 브리 라슨은 합격점을 줄만하다. 물론 다른 누군가가 했을 때 더 잘했을 수도, 무엇보다 잘 어울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브리 라슨과 마블의 계약은 체결되었으니 관객들도 각자의 마음속 아쉬움과 협상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브리 라슨


묘하게 끌리는 이야기

10년쯤 되면 한 번쯤 실수할 법도 한데 마블의 견고하고 장기적인 계획에는 실수 따윈 없다. 크리족과 스크럴족이 전면에 등장하며 우주와 지구를 넘나들고, 주인공인 캐럴 댄버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은 물론 주변의 수많은 인물들까지 섞어내면서도 <캡틴 마블>의 이야기는 이렇다 할 빈틈을 찾을 수 없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의 이야기는 마블이 만들어둔 큰 틀 안에서 적당한 개연성을 가지고 묘하게 매력적이다. 특히 앞선 작품들과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정의와 가족애에 대한 마블의 메시지는 전달의 방법이 노련할 대로 노련해진 나머지 물에 물 탄 듯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이야기


마블이 파악한 시대상

몇몇 포털과 SNS에서 이번 영화가 마치 페미니스트적 가치관을 대표하는 영화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이는 그다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주연인 브리 라슨이 실제로 그런 방면에 어느 정도로 깊게 빠져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명백하고 중요한 것은 마블이 시대를 파악하는 속도와 그것을 화면에 풀어놓는 방식은 대단히 빠르고 실용적이라는 사실이다. 마블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변화된 생각과 취향을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캡틴 마블이라는 강함에 있어서는 다소 밸런스를 붕괴하고, 어쩌면 마블의 모든 히어로 중에서도 개연성으로 보자면 가장 떨어지는 축에 속하는 여성 영웅에게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렇게 <캡틴 마블>은 단순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사이에 낀 시간 끌기용 영화를 한참 넘어서서 마블이 시대를 파악하고 영화에 녹여내는 방식과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보여주는 영화가 되었다.

시대상


어쨌거나 수작

결론적으로 <캡틴 마블>은 개봉 전 각종 논란, 원작의 캐릭터와는 다소 이질감이 있는 브리 라슨의 외모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제 몫을 다하는, 혹은 그 이상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마블의 기술과 노하우가 집대성된 액션부터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한계 속에서도 나름의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는 서사, 마블이 앞으로 그려나갈 페이지의 이정표 역할은 물론 마지막으로 많은 관객들이 원하는 두 어벤져스 영화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까지 준수하게 해낸 <캡틴 마블>은 완성도만으로는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영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바하, 차는 에쿠스, 엔진은 소나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