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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n 03. 2019

하나레이 베이, 책을 읽는 기분

fresh review

Intro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하나레이 베이>는 원작의 영향인지 책을 읽는 듯 잔잔하고 대사가 많지 않은 영화다.


하와이로 떠난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소재인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거기에 영화의 호흡 또한 굉장히 길어 그다지 길지 않은 97분의 러닝타임도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진다. 영화의 주인공 사치가 우연히 젊은 일본인 두 명을 만난 후 이어지는 잠시의 시간을 제외하면 '고요'와 '심연'이라는 두 단어로 설명이 가능한 <하나레이 베이>는 리듬감 없는 영화를 지루해하는 관객들에게는 추천할만하지 않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축에 속하는 관객이다 보니 장면과 장면 사이에 있는 의미를 읽는 재미보다는 대사와 대사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고요


한편 거의 원탑 주연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는 사치 역의 요시다 요는 그럭저럭 준수한 연기를 보여준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상실감을 주로 표현하는 요시다 요는 폭발적이진 않지만 슬픔을 억누른 채 상실감을 이겨내는 연기를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여기에 하와이 카우아이섬의 아름다운 풍경은 영화의 또 다른 주연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서사에 깔려있는 슬픈 감정과 무거운 기운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와이의 자연경관을 만나 더욱더 대비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시다 요


결론적으로 <하나레이 베이>는 책을 읽는 듯 차분하고 조용한 영화다. 이야기부터 흐름까지 모든 것이 크게 요동치는 부분이 없다 보니 다소 지루한 것은 사실이지만 요시다 요의 준수한 연기와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영화는 '상실'과 '극복'이라는 메시지만은 꽤나 명확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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